그런데 반 총장의 최근 행보는 아이들에게 보고 배우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온 그는 사실상 적극적인 대선 예비 후보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방한해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 사이에 사전 협의가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임기가 채 끊나지도 않은 '세계 대통령'이 본연의 임무보다는 '다음 자리'를 위해 뛰고 있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가 민망하다. 유엔 사무총장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였던가. 또 세계인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안 그래도 최근 영국의 한 언론은 반 총장에 대해 '역대 최악의 실패한 총장'이라는 혹평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언론은 반 총장에 대해 "유엔 내 행정 능력이나 유엔 밖 통치 능력 모두에서 실패한 총장"이라며 "대국의 눈치로 코피 아난 전 총장들에 비해 강대국에 맞서기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가 유엔 총회 결의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어봐야 한다. 유엔은 1946년 총회에서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를 채택해 유엔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의 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원국은 사무총장에게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래도 차기 대선에 출마하고 싶다면 최근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도와는 별개로 반 총장 스스로 먼저 자신의 자격을 검증해 볼 것을 권한다. 과연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이끌 능력과 사명감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비전과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어 안고 상처를 치유해 줄 따뜻한 마음이 있는지. 대통령의 자리는 '기름장어' 언변술로만 통할 자리가 아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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