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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음란쪽지' 보낸 이웃男 성폭력 무죄 왜?

최종수정 2016.03.20 09:00 기사입력 2016.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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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거주 여성 출입문에 쪽지 끼워넣어…대법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아니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나는 너의 ○○가 늘 □고 싶다."

주거지 옆방에 거주하는 여성에게 음란한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낸 40대 남성이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받았다.

A씨는 2013년 11~12월 수차례에 걸쳐 음란한 내용이 담긴 쪽지를 여성 B씨 출입문에 끼워 넣었다. 사랑한다는 내용과 함께 여성의 성기 모양이 담긴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A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누구든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심과 2심 법원은 A씨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고,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1년에 40시간 성폭력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2심은 A씨 형량을 징역 6개월로 줄였지만, 실형을 선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심은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인해 2차례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6개월로 줄였다.

1심과 2심 판단은 형량은 달랐지만, A씨 행위가 명백한 범죄라는 판단이 담겨 있다. 특히 실형을 선고한 부분은 법원의 처벌의지가 담긴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엄밀히 말하면 A씨 행위가 죄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성폭력범죄 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규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등의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말, 글,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임이 문언 상 명백하므로, 위와 같은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아니한 채 ‘직접’ 상대방에게 말, 글,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여 위 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서 실정법 이상으로 그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이 사건 각 편지를 도달하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각 행위를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웃집 현관문에 음란한 내용을 적어 쪽지를 '자신이 직접 꽂아둔 행위'이므로 통신매체를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라며 "형법학계에서도 일부 비판이 있는데 입법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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