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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막 기업]의대 자퇴 후 장기요양 1세대 사업가로…'노치원' 전문가가 만든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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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호 행복한삶 대표

"15년 동안 장기요양 서비스 설립·운영·컨설팅 등을 해온 1세대 사업가입니다. 대기업 장기요양 사업의 자문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요양시설의 질을 높이는 통합 패키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왔죠."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차기호 행복한삶 대표(44)는 20대 때 의대를 다니다 자퇴하고, 법대를 나와 요양사업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직접 요양시설을 창업하고,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던 차 대표. 그가 운영하던 온라인 주간보호센터·요양원 창업 정보 공유 카페 회원은 1만명에 육박한다.

차 대표가 운영하는 시니어케어 스타트업 '행복한삶'은 지난 17일 장기요양 서비스 통합 플랫폼 '요양을 잇다(요잇)'를 공식 출시했다. 지난해 5월 법인을 설립한 그는 장기요양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회사를 통해 발휘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 대표는 "솔직히 15년 전 요양원과 지금의 요양원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내가 보호자가 될 날이 얼마 안 남았고, 그 후에는 내가 들어가야 하는 게 요양시설인데, 서비스 질을 높이는 과제가 꼭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기호 행복한삶 대표. 사진=박유진 기자

차기호 행복한삶 대표.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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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98학번이다. 수능 성적이 잘 나와서 지방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다만 공부를 하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본과 1학년 때 의대를 자퇴하면서 군대에 다녀왔다. 재입학 기회도 있었지만 안 했다. 정말 안 맞았다. 이후에 다시 수능을 쳐 법대에 들어갔지만, 전공을 살리지는 않았다.


그러다 2008년이 됐는데, 당시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통과됐다. 그때 부모님의 지원으로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었고, 이듬해부터 방문요양센터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해운대에 요양원을 차리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복지시설을 운영했다. 그러다 2019년에는 주간보호센터를 창업했고, 계속 운영하다가 지난해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왜 그만뒀나.

▲15년 가까이 복지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부터 주간보호센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컨설팅해주며 동시에 주간보호센터 창업 정보를 알려주는 온라인 카페를 운영했는데, 이러한 노하우를 더 널리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를 차리면 더 역량을 크게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건강한 삶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늘 고민했다. 의대 자퇴를 결심하기 전 '사람을 살린다'는 본질에 매료됐으며, 그럼 당장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헌혈이나 사후 장기·각막 기증 희망등록 등이 그것이다. 헌혈의 경우 60회 넘게 해봤다.

요잇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출처=행복한삶

요잇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출처=행복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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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삶의 사업모델을 설명해달라. 요양 관련 플랫폼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다. 제휴 연결한 장기요양기관이 소비자들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여주는 통합 솔루션 제공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기관 검색부터 서비스 이용까지 보호자-어르신-기관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기관 정보 제공과 상담, 개인화된 건강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 돌봄이 부족한 어르신에게는 추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호자에게는 관심과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그룹 케어 서비스도 함께 오픈한다. 아직은 유저들을 모으는 단계다.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선 어르신과 보호자가 요잇의 '시설찾기' 메뉴를 누르면 내 위치 근처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장기요양기관을 검색하고 각 기관의 인력 정보 등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 입문자라면 장기요양보험 정책과 건강정보 내용이 담긴 '요양정보' 메뉴를 눌러 서비스를 더 잘 이해하고, 기관은 메시지나 사진을 게재해 잠재 고객에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올해 중 △어르신과 보호자를 위한 추가적인 돌봄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요잇케어' △요잇과 제휴를 맺는 장기요양 기관에게 차별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요잇파트너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통합 마케팅 지원, 창업부터 운영까지의 과정 컨설팅 등도 계획 중이다.


-기관들의 수요가 있나.

▲이미 선제휴를 맺은 기관이 서른 곳 정도 된다. 이들 기관 대표들은 "내가 지금은 기관을 잘 운용하고 있지만, 나중에도 지금처럼 잘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미리미리 기관의 질을 고도화시켜서 차별화를 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거다. 현재 해당 기관들로부터 제휴비를 받고 있는데, 우리 회사의 시드머니 역할을 해주고 있다.


-IT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 아직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열심히 투자 유치 준비를 하고 있고, 투자대회에도 많이 출전할 계획이다. 다만 요양시장을 바라보고 열리는 투자시장 자체는 그리 큰 편 이 아니라는 건 고려해야겠다.


-요잇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나.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이용 수급자가 100만명을 넘겼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거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점점 더 줄어들 전망이다. 노동 인구도 줄다 보니 정부 재정을 더 써야 하는데, 감당이 가능할까. 여러 연구를 보니 10년 뒤만 해도 15조원이 더 들어가야 하더라. 결국 어느 선부터는 민간의 몫이다.


그러나 장기요양보험 서비스의 차별성은 온전히 기관장의 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 수가가 정해져 있는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놓치는 경쟁력을 대신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보편적으로 많은 분이 질 좋은 요양기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장을 재편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성과 목표를 알려달라.

▲지금은 30개 남짓인 제휴 기관을 올해 중 두 배로 늘리고, 내년에는 150~200곳 정도로 확대하고 싶다. 그 뒤로부터는 사업이 J커브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휴 대상은 주간보호센터로 주로 집중할 계획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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