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송년간담회를 열어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등 주요 지표가 보여주듯 경제는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내수 부양책으로 지난 3분기 성장률을 6분기 만에 1%대로 끌어올렸지만, 더 이상의 성장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돌파하고 수출은 11개월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전 세계가 불황이었고 국내에선 정말 예기치 못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해 지난해 세월호 사태에 이어 내수 타격이 컸다"며 "성장률 측면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2000만명이 넘는 전 세계 20여개국 가운데 그래도 3등 정도의 실적을 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 교역량이 11~12% 감소하는데, 우리 수출은 7%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수출도 선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 수장으로서의 1년5개월을 돌아보며 "처음엔 암담했다. 너무나 어려운 환경에서 부총리로 지명됐다는 뉴스를 들은 뒤 '이 십자가를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생각으로 취임했다"며 "세월호 사태 이후 경제가 멈춘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 간부들과 토론을 하고 많은 정책을 펼쳤다"며 "있는 머리 없는 머리를 짜내 '안 해본 게 없다'고 할 정도로 고민의 연속이었다"고도 했다.
구조개혁 성과는 미진하고 나랏빚만 대폭 늘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환자를 수술할 때도 체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해야 한다"며 "체력 유지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만 하면 어느 누가 동의해주겠느냐"며 확장적 재정 정책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스스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청년 일자리'라고 최 부총리는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학교 졸업 후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부총리에 취임했지만, (퇴임하는 시점에) 그런 부분이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아 안타깝다. 그렇게 많이 공부하고 준비된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경제를 책임지던 사람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후임자가 와서 잘 이끌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신임 부총리로 내정되기 전인 지난 10일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지금 제대증을 받았지만 제대를 못하고 있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라고 농담했었다. 이제 제대증을 받고 국회 복귀를 앞둔 그는 "국회로 돌아가기 전 아무리 바빠도 며칠은 쉬고 싶다"며 "이후엔 당면한 총선을 잘 치르고 소속 당(새누리당)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해야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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