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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폭포'가 말하는 정보의 속성…율리어스 포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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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어스 포프의 '비트 폴 퍼스' 시리즈 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중인 최대규모 설치 작품.

율리어스 포프의 '비트 폴 퍼스' 시리즈 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중인 최대규모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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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직사각형 네 개로 구성된 구조물이 비스듬하게 쌓아 올려졌다. 10미터 높이로 육중하다. 각 컨테이너에서는 물방울로 형상화한 글자들이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떨어진다. '이겼다', '국정교과서', '무상보육', 'Facebook'…. 인터넷 뉴스피드 게재 단어 중 노출 빈도가 높은 단어들이다. 컨테이너 내부에서 물이 뿜어져 '글자 폭포'를 만든다. 글자가 쏟아질 때 역동적인 기계음까지 들린다. 이 속에 들어간 물의 양만 800리터. 작품이자 기계인 이것은 물방울로 스무 차례 남짓 특정 언어의 글자를 보여준 후, 또 다른 언어로 글자를 만든다. 한국어를 비롯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인도어, 아랍어 등 다양하다. 또한 30분마다 접근하는 웹 콘텐츠가 달라진다.

독일인 미디어 작가 율리어스 포프(42)의 작품이다. 그의 '비트. 폴 펄스(bit.fall pulse)' 시리즈 작품 하나가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10일 소개됐다. 같은 시리즈 작품 가운데에서는 최대 규모다. 작가는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 뉴욕현대미술관·리옹현대미술관·빅토리아앤드알버트미술관 등 해외 유수 기관 기획전에도 참여했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 선보인 작품 '비트. 폴'로 주목을 받았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에 위치한 그의 작품들은 정보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표현한다.
율리어스 포프

율리어스 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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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보인 작품 '비트. 폴 펄스'에서 마치 바벨탑처럼 쌓인 컨테이너는 거대한 디지털 통신 구조를 상징한다. 분절된 단어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모습은 정보에 대한 사회의 관심 주기(cycle), 인간이 정보를 소비하는 주기를 이야기한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율리어스 포프를 만났다. 정보와 글자가 작품의 중심소재가 된 이유에 대해 작가는 "독일이 분리되고 분단을 겪으면서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에 관심이 생겼다.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2~13년전 쯤부터 정보가 변하고 쉽게 사라지는 속성에 주목해 이를 이미지화하고 싶었다. 물은 떨어지면서 형태가 어그러지고 사라진다. 물방울을 사용해서 단어를 뿌릴 수 있는 기술도 알게 돼 이것을 작업에 접목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비트. 폴 펄스'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짐(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상징한다. 사회를 덮고 있는 미디어와 디지털 시스템이 과연 어떠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며 확산하는지와 함께 이러한 ‘필터링’에 대해 자각 없이 수용하는 현대인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선을 던진다.

예술가로서의 관점 못지않게 기술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이 같은 작업은 작가 자신이 컴퓨터 프로그램밍에 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는 "작품을 가동시키는 기계 제작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은 내가 만들어 낸다. 다만 오차나 실수가 없도록 전문 엔지니어에게서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이 작품은 내년 9월 4일까지 전시되며,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박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열리게 됐다. 앞서 이 프로젝트에 지원을 받아 전시를 연 작가로는 서도호,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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