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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⑦] Bee Gees -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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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좀 하는 형님들의 수줍던 과거

[아시아경제] 대가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대체로 첫 두 앨범에서 비범함이 보인다. 특히 설익었을지언정 자신들이 살던 시대를 남들과 다르게 해석하는 독창성이 드러난다. 이 점에서 대가인 비지스(Bee Gees)는 예외적이다. <비지스 퍼스트(Bee Gees 1st)>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보다 1960년대의 주류였던 사이키델릭(Psychedelic) 팝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히 비틀즈(The Beatles)의 그림자가 짙다. 다섯 번째 트랙인 ‘인 마이 오운 타임(In My Own Time)’은 ‘닥터 로버트(Dr. Robert)’와 ‘택스맨(Taxman)’의 카피버전이며, 히트곡인 ‘뉴욕 마이닝 디재스터 1941(New York Mining Disaster 1941)’ 역시 존 레논 커버곡처럼 들린다.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은 모리스 깁(Maurice Gibb)에게 이 곡이 너무 비틀즈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각적인 느낌을 주는 재킷도 비틀즈의 스타일과 비슷한데, <리볼버(Revolver)>(1966)의 커버를 만든 베이시스트 클라우스 부어만(Klaus Voorman)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지스는 데뷔 앨범을 흉내로만 채우지 않았다.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곡은 역시 ‘홀리데이(Holiday)’다. 가사와 멜로디는 서정적이지만 음산한 오르간이 전반에 흐른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는 반주와 멜로디 그리고 가사의 조합이 기괴하면서도 황홀하다. 뛰어난 멜로디 메이킹 능력 역시 확인된다. ‘투 러브 섬바디(To love somebody)’에서는 수없이 많은 러브 송을 만들게 될 배리 깁(Barry Gibb)의 작곡 능력이 돋보이고 로빈 깁(Robin Gibb)이 만든 ‘아이 캔트 시 노바디(I can‘t see nobody)’ 역시 소녀들을 설레게 할 법한 달콤한 발라드다.

사이키델릭 팝과 발라드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이 앨범은 엄밀히 말해 비지스의 첫 작품은 아니다. 당시 비지스는 이미 호주에서 데뷔한 후 영국과 미국 팝 음악계를 노크하던 중이었다. <비지스 퍼스트>라는 제목은 아마도 세계무대에 나서는 ‘첫’걸음이란 의미일 것이다. 데뷔작이 당시 유행에 충실했던 건 세계의 주류에 진입해야했던 그들의 현실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앨범을 듣다보면 굳이 유행을 따르지 않았어도 그들이 결국엔 성공했으리란 확신이 든다. 앨범 대부분의 곡에서 수줍은 느낌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데,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야말로 장르와 유행에 관계없이 유효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는 이들의 행선지가 디스코가 되리라는 어떤 조짐도 없다. 그럼에도 디스코 시대의 군계일학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이들의 작곡 능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비지스 퍼스트>는 그 잠재력을 확인시켜준 레전드의 멋진 데뷔작이다
여담. 이 앨범이 즐거운 또 다른 이유는 로빈 깁의 보컬이다. 비지스가 디스코로 노선을 바꾼 뒤 배리가 보컬을 맡으면서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로빈의 역할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공연에서는 백 보컬을 하거나 그 역할마저 없을 땐 마이크를 쥐고 다리를 흔들 뿐이라 안쓰럽기까지 하다. 로빈은 디스코보다는 서정적인 곡에 어울리는 고운 목소리를 가졌고, 이 앨범에서는 부동의 메인 보컬로서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배리 깁의 가성이 디스코에 적합했던 건 사실이지만, 로빈의 목소리로 백 보컬로 쓴 것 역시 사치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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