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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⑥] 존 레논의 <로큰롤(Rock 'N'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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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불행이 만든 엉뚱한 걸작

[아시아경제 ] 1973년, 존 레논(John Lennon)은 LA에 있었다. 자신을 추방하려던 미국정부와 아내와의 별거로 지쳐 있던 그에게 고소장이 날아온다. 비틀즈의 <애비 로드(Abbey Road)>에 수록한 ‘컴 투게더(Come Together)’가 척 베리(Chuck Berry)의 ‘유 캔트 캐치 미(You Can't Catch Me)’를 표절했다는 이유였다. 헌사의 의미로 그의 가사 한 줄(“Here come old flat-top”)을 인용한 점도 문제였다. 저작권자였던 모리스 레비(Morris Levi)는 강경했다.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레논은 레비가 저작권을 가진 곡 셋을 녹음한다는 조건으로 합의한다.

녹음은 순탄치 않았다.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작업 도중 사라지는 바람에 녹음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74년 <월즈 앤드 브리지스(Walls and Bridges)>를 먼저 발매한 뒤 녹음을 재개했다. 이 앨범에서 존은 자신의 곡 대신 로큰롤의 고전을 리메이크했다. 어린 시절 흥얼거리고 기타를 연습했던 곡들이다. 재킷에도 함부르크에서 활동하던 풋내기였던 시절에 찍은 레논의 사진이 쓰였다. 이 앨범에선 젊은 로커 존 레논이 로큰롤의 고전과 귀환한다. 솔로 전향 후 레논은 단순한 편곡으로 멜로디의 또렷함을 살리곤 했다. 창법 역시 나긋할 때가 많았다. 반면 <로큰롤(Rock 'N' Roll)>에선 많은 악기를 배치해 꽉 찬 사운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적극적으로 활용된 오버드라이브 기타와 브라스가 박력 있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묵직한 베이스가 이끄는 ‘비밥바룰라(Be-Bop-A-Lula)’에서부터 활기가 넘친다. 매카트니(Paul McCarteney)가 잔잔하게 부른 버전과 비교해보는 것도 비틀즈 팬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앨범의 계기가 된 ‘유 캔트 캐치 미’도 주목할 트랙이다. 특히 원곡이 아닌 표절의혹을 받은 ‘컴 투게더’와 흡사하게 만든 점이 재밌다. 능글맞게 박자를 밀고 당기다 브라스 등과 함께 폭발하는 코러스는 ‘컴 투게더’를 떠올리게 한다. 벤 E. 킹(Ben E. King)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는 이 앨범에서 가장 흥겹고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원곡보다 유명해진 이 곡은 존의 주요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앨범엔 요코가 부재 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요코가 비틀즈의 해체 혹은 레논의 음악에 끼친 영향은 논외로 치자. 다만 존의 앨범마다 목소리를 냈던 그녀가 훌륭한 싱어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로큰롤(Rock 'N' Roll)>은 올드 로큰롤 팬들의 향수를 존 레논의 이름으로 만족시킨 앨범이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평단의 대접 역시 융숭했다. 레논은 낡은 느낌의 옛 곡들을 세련되고 박력 있게 되살려 냈다. 이 앨범의 세련미는 21세기에 들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앨범 발표 후 행복했던 건 그의 팬들만이 아니다. 앨범 발표 후 존 레논은 미국 영주권을 얻었으며 가정으로 돌아가 1980년에 <더블 팬터지(Double Fantasy)>를 낼 때까지 가장으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다. <로큰롤(Rock 'N' Roll)>은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결국은 자신과 팬을 만족시킨 즐거운 소동으로 마무리되었다.

■ '디스코피아'는…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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