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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7대6 결론…"유책배우자 이혼 원칙적 불허"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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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기각…개인 행복추구보다 혼인·가족제도 중시 판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청구했던 이혼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기각했다. 대법원이 50년만에 이혼 '유책주의'를 '파탄주의'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유책주의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용덕)는 15일 결혼한 뒤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은 A씨가 청구한 이혼에 대해 대법관 7대6 의견으로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재판부터 판결문을 언론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A씨는 1976년 결혼해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A씨는 1998년 바람을 피워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았다. 2000년 집을 나온 A씨는 15년간 혼외자를 낳은 여성과 동거하고 있다. A씨는 2011년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 상고심 모두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지난 6월 공개 변론을 열면서 사회적인 관심으로 떠올랐다. 대법원이 1965년 판례가 나온 이후 유지하고 있는 '유책주의'를 파탄주의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대법원. 사진=아시아경제DB

대법원.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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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주의는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이다. 파탄주의는 부부 당사자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을 경우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유책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관 7대6의 아슬아슬한 결론이었다. 다수결로 유책주의 유지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파탄주의' 도입 필요성도 담긴 대법원 판단이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우리 법제상 '재판상 이혼'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나라는 '협의 이혼'이 불가능하지만, 한국은 협의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이혼 중 77.7% 정도가 협의 이혼이다.

또 대법원 다수의견은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영국이나 독일은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는 이혼을 제한하는 '가혹조항'을 두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책임도 인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파탄주의 한계와 기준,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중혼'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양성평등이 실현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대법관 다수 의견이 유책주의 유지로 결론을 내린 배경이다.

반면 대법관 6명은 다수 의견과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이들 대법관들은 실질적으로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에게 이혼을 허용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정리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혼인생활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6명은 A씨 사건에 대해 파기 환송 의견을 냈다. 바람을 피운 배우자라고 해도 사실상 가정관계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쪽으로 견해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대법관 7명이 파탄주의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파탄주의 도입 주장은 소수의견에 그치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다수의견은 개인의 행복추구보다 가족·혼인제도 가치를 중시하는 판단"이라며 "여성대법관 2명의 의견도 다수 의견(박보영 대법관)과 반대 의견(김소영 대법관)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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