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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다시 보는 중국의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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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1966년 8월18일. 중국 천안문 광장은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문화대혁명을 축하하는 100만인 집회에 홍위병들이 운집한 것이다. 공산당 주석 마오쩌둥이 천안문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의 실패가 도화선이 됐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밀어붙인 지나친 중공업정책으로 오히려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민생을 완전히 도탄에 빠뜨린 것이다. 이후 류샤오치 국가 주석, 덩샤오핑 등 소위 실리파가 득세하자 마오쩌둥은 이들이 사회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민생 보다 계급투쟁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함께 축출 작업을 펼쳤다. 문화대혁명 도중 류샤오치는 사망했고 덩샤오핑은 지방으로 쫓겨났다.
역사가들은 아침과 저녁 말이 다르고, 조급증이 심한 마오쩌둥이 오판한 결과가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훗날 평가했다.

붉은 물결이 가득했던 중국과 같은 시기 우리나라. 1966년 8월18일 신문을 보면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정부는 그 해 국민의 저축액 목표를 전년도 2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2배 늘렸다. 전년도 일본의 배상청구권 자금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할 때다. 야당인 민중당은 도시에 집중돼 있던 공장을 분산해 저개발지역에도 산업을 조성하는 내용의 법안 제출했다. 지역간 균형발전이 목적이었다. 여당인 공화당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50여 년이 지난 2015년 8월. 고도성장을 지속하던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전세계 경제가 출렁였다. 위안화를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최근 10년간 환율에 대해 꿈쩍도 않았던 중국이 고집을 꺾은 것이다. 겉으로 화려하기 보다 내실을 택한 결정이었다. 경제적 영향은 그렇다쳐도 중국의 인식이 이 정도로 바뀌었나 놀랍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본주의에 물들까봐 문화혁명을 일으켰던 중국은 '자본주의 국가 보다 더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굳혔다.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 중국은 물론, 일본 등 주변 강국의 환율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 그러는 사이 수출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경제활성화법안은 서로가 반대하면서 진전을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50년 전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정치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소위 '선진화법'에 따라 모두가 만족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할 뿐이다. '사회주의 보다 더 사회주의 같은 나라'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광복 70주년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곳곳에 세운 창조경제센터를 소개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창조가 가능한지'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조급함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8월25일. 박근혜 정부의 반환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집권 중반을 맞이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자부심 보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과감한 중국의 자본주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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