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명품 가방을 구입해 출국할 경우 어떻게 되나. 국경을 다시 넘어가니 관세를 돌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가방을 주로 들고 다니는 곳은 외국이니 부가가치세도 돌려주어야 한다. 공항 내 '세금환급장소(tax refund)'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 이 역할을 한다. 면세점은 이런 복잡한 절차를 생략해 외국인에게 구매 편의를 제공하자는 곳이다.
하지만 내국인이 출국하면서 명품을 사 가지고 여행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귀국해 면세혜택을 부당하게 받는다든지 상품구성이 외국명품 일색이라는 비난도 있다.
면세점은 아무나 할 수 없고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만 가능한 이른바 '특허사업'이다. 면세점 사업권만 얻으면 정부가 쳐놓은 높은 진입장벽 안에서 독점적 혜택을 누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헌법 제75조가 명시한 포괄 위임입법 금지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다분하다. 납세자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 사항은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데 이를 시행규칙에 위임했기 때문이다(헌재 98헌가11, 1999. 3. 25. 결정). 그런데 왜 지금까지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되지 않았을까. 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특허수수로가 '싸기' 때문이다. 비싸다고 생각했다면 바로 위헌 청구를 했을 것이다. 이래서 정경유착이라는 소문이 돈다. 수수료율은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정 수수료율은 얼마인가. 쉽지 않은 얘기이지만 인천공항공사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그들은 출국장이라는 장소적 특허를 십분 활용해 출국면세장의 임대료를 3.3㎡당 1억3만원 정도씩 받는다. 그렇게 받는 연간 임대수입이 5700억원에 이른다.
아무튼 현행 관세법에 따라 정부가 걷는 특허수수료는 32억원에 불과하다. 1위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가 그중 13억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호텔 내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 전체의 특허사용료가 인천공항 내 10평 남짓한 면세점 임대료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32억원 대(對) 5700억원.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참고로 특허사업의 일종인 카지노는 매출액의 10%를 부담금 형태로 국가에 납부한다. 면세점 수수료율의 200~1000배에 이른다.
이들 면세점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을 감안하면 매출액의 1~2%를 수수료로 부과해도 넉넉한 흑자를 낼 수 있다. 수수료 부담을 늘리는 것은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수수료를 인상해도 사업자의 영업 손실로 귀착되지 않고 일부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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