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크라우드펀딩은 사업의 경제성보다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기부 형태였기 때문에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이를 이윤이나 배당 형태로 돌려받는 것이 아니었다.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창업기업 자금조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킥 스타터(Kick Starter)의 경우 '지원을 통해 창조의 후원자가 돼라(Fund and Follow Creativity)'는 가치철학을 실현한 것일 뿐 투자에 따른 이윤 자체를 핵심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 법안 통과에 대해 벤처, 창업기업들은 아이디어만 있어도 창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보기술(IT) 인프라 분야에서는 새로운 거래 플랫폼이 구축될 것으로 보고 이미 경쟁구도에 들어갔으며 온라인 자금중개업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언론의 반응도 장밋빛 기대감 일색이다.
그런데 시장 현실이 정말 이처럼 낙관과 희망만으로 가능할까. 우선 우리가 모델을 삼고 있는 선진국과의 투자문화 차이가 첫 번째 걸림돌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오랜 역사와 세월 동안 참여형 기부나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어 크라우드펀딩의 성공과 실패에 익숙하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형태가 온라인이나 SNS로 바뀌어 속도가 빨라졌고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있어 보이는' 용어로 포장되었을 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투자한다'는 본질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 자본주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많은 크라우드펀딩 성공과 실패 사례가 축적되어 위험 감수와 자기 책임의 관행이 사회적으로 뿌리내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같은 관행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 아직은 부족하다. 특히 벤처, 창업기업은 10여건에 한두 건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 현실이다. 투자형태로 크라우드펀딩을 했을 때 과연 사람들이 실패에 실망해 시장을 외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인가.
잘못해서 한두 건 크라우드펀딩 투자 사기 사건이 생기고 벤처기업의 특성상 실패한 사람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인터넷이나 SNS를 떠돌면 어렵게 만든 법과 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텅 빌 가능성도 있다. 과거 벤처 붐 때의 엔젤투자자들처럼 일시적 거품으로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시작해 놓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제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시장이 있는가 하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특성을 가진 시장도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후자의 특성을 가진 대표적 시장이다. 처음부터 제도의 설계를 철저하게 하고 위험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해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홍 은 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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