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카다피처럼 되기 싫어 핵협상 안해"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처럼 파멸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9일(현지시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것은 카다피가 죽은지 2개월 뒤였다"면서 "(시민혁명이 일어나 국민의 손에 죽은) 카디피처럼 되는 것을 막는 보험증권이 바로 핵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다피는 2003년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기로 국제사회와 협의했으나 이로부터 8년 뒤 비참하게 죽음을 맞았다.

북한이 국제 사회와의 핵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최근 주중 북한대사관의 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됐다. 지재룡 대사는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WSJ은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안전보장을끌어내는 수단으로 핵을 활용했지만, 김정은은 경제성장과 함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핵 협상이 열리기 어려운 이유로는 대북 경제 제재의 효과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란은 국제 사회의 제재 때문에 경제적 고통이 심했지만, 북한은 오랫 동안 지속한 고립경제 때문에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핵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것을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에 비유하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우리의 자위적 핵억제력은 선군조선의 존엄과 민족의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힘있는 무기이며 역풍이 불수록 우리의 핵보유국지위는 더욱 비상히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그 어느 나라가 어떻게 하든 우리는 새로운 병진로선의 길로 꿋꿋이 걸어갈 것이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남아있는 한 우리 핵무력의 사명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