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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교수의 패션메신저] 낙타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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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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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교수의 패션메신저] “낙타고기나 낙타 젖을 먹지 말라”는 웃지 못 할 메르스 예방 수칙까지 나왔다. 동물원 한켠에서 어린이들을, 우리를 기쁘게 해주던 정다운 낙타는 그렇게 기피 동물이 됐다.

4500만년전 북아메리카에 등장한 낙타는 토끼만 한 크기의 동물이었다. 1000만년이 지나자 염소만 한 크기로 성장했다. 몸집이 커다란 동물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낙타도 몸집을 더 키워야 했다. 340만년 전에는 요즘 낙타보다 30%나 더 커졌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였다. 포식자들을 피해 추운 북쪽으로 밀려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털이 발달하였고, 발바닥은 눈에 빠지지 않게 넓적하게 진화됐다. 등에는 혹을 만들어서 지방도 갈무리했다. 환경에 맞게 진화를 거듭해도 삶은 녹녹치 않았나 보다. 빙하기를 맞아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의 해협이 육지로 연결되자 낙타는 북아메리카를 벗어나 시베리아를 거쳐 아시아로 이동한다. 그들은 사막에서 정착했다.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낙타는 사육되면서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사막을 횡단하며 동서양을 잇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이 됐고, 가죽은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소품으로, 고기와 젖은 인간의 건강을 도왔다. 특별히 추위와 더위에 적응하도록 잘 발달된 털은 부드럽고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우수 할뿐 아니라 사막에서의 복사열을 막아주는, 그래서 추위에도 더위에도 더 없이 좋은 옷의 재료가 됐다.

옷 중에 폴로코트(polo coat)라는 게 있다. 카멜코트(camel coat)라고도 한다. 폴로코트의 전신은 1873년에 등장한 웨이트코트(wait coat)다. 옛날 영국의 폴로 선수들이 시합을 기다리며 입었던 두꺼운 양모 외투였다. 이게 1890년대에 낙타털로 바뀌었다. 이 낙타코트가 세계적 유행 바람을 탄 것은 1910년이었다. Brooks Brothers(1818년 헨리 샌즈 브룩스가 창립한 미국 최초의 기성복 브랜드)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과의 폴로 경기를 위해 온 영국 선수들이 시합을 기다리며 입고 있던 낙타코트를 보고 상업성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뒤이어, 영국 귀족들이 입기 시작한 카멜코트는 가볍고 따뜻하며 품위까지 있어, 정통 코트로서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옷이 됐다.

낙타털은 양털과 달리 늦봄에서 초여름까지 털갈이를 할 때 모아서 사용한다. 수공에 의한 전통적인 방법과 생산량도 한정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때문에 양모나 나일론을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타 옷을 좋아한 기록이 있다. 1964년 11월 국내의 한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있다. 동경 올림픽(1964년10월10일~10월24일) 관광객들이 서울로 돌아올 때, 핫바지와 저고리를 입은 노인이 머리에 갓을 쓴 채 일본에서 구입한 낙타 오버를 입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땅에 양복이 보편적 일상복이 되기 전인 1960년대 초에 등장한 낙타코트가 70년대 초 영패션(Young Fashion)에 밀려 자취를 감춘 듯하지만, 지금도 고가의 낙타코트는 가장 품위 있는 옷으로 존재하고 있다. 낙타는 결코 해롭지 않은 동물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사람들이 가래로도 막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는 바람에 이 나라에서는 낙타에게 눈을 흘기는 형국이 만들어졌다. 낙타는 억울하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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