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는데도 주목받는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55ㆍ사진)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합병(M&A)에 김 회장은 왜 뛰어들었을까.
호반건설이 예상을 크게 밑도는 가격을 써내 유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최종 유찰 여부는 다음 주 열리는 채권단 전체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호반건설의 M&A 시도는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시장에서는 김 회장의 '베팅'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규모나 중요성으로 볼때 애시당초 기업홍보가 목적이었다거나 지역여론의 향배를 의식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기업홍보는 부수적인 효과로 분류할 수 있고, 부담스러운 지역여론은 지엽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수적이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김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나 M&A 전문가인 전중규 전 외환은행 부행장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문가 진용까지 갖춰가며 준비했다는 점에서 경영적 판단착오로 보는 것에도 무리가 따른다.
주택사업으로 성장해 온 호반건설은 진행중인 사업에서 분양률 90% 이상을 달성하지 않으면 다음 분양에 나서지 않고 무차입경영을 할 만큼 보수적인면과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택지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성장 발판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위기관리와 기회포착 능력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바탕이 넉넉한 현금으로 곳간을 채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독 입찰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높은 금액을 써낼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재입찰을 결정할 경우 다시 기회가 올 것이고, 설령 기회가 없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시세차익과 위상강화, 막대한 홍보효과 등 부수적인 이득은 모두 챙겼다"고 분석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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