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 고조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인신매매 (human trafficking)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깊은 고통을 느낀다"며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하며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강제 동원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굳이 수정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직접적인 책임 인정과 사과 요구는 철저히 외면해왔다.
사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날 미ㆍ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아베 총리의 진전된 과거사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미국 정부도 한일 관계의 회복 등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이 같은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챙겼지만 끝내 진전된 발언은 하지 않았다.
앞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새로운 방위협력지침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체결을 통해 양국의 동맹관계를 격상하고 글로벌 도전 과제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힘이나 강압에 의해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반대한다"면서 일본과 영토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하루 앞두고 진솔한 과거사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여론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가학행위에 대해 "일본의 이해와 반성을 명확하게 재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한ㆍ미ㆍ중 시민단체는 미 의사당 앞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관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광고를 통해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사죄 및 보상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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