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이처럼 첨예한 이슈로 등장한 것은 근본적으론 현행 세제가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구축된 조세체계를 근간으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매년 땜질식 세제개편으로 일관해 온 결과 현행 세제는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이제 고도성장기는 지나갔고, 복지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세수 확보는 어려워진 만큼 세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소득불평등 완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현행 세제를 조세정의와 형평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도 권고했듯이 공제제도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면세점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근로소득자의 40%가 면세점이라는 사실은 정치적으로 현명할지 몰라도 국민개세주의에 어긋난다. 면세점을 상향조정해 저소득층도 형식적인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과표 3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에 대해선 최고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처럼 개인이 낸 세금액에 따라 연금수령액이 달라지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65세가 되면 800달러 내외의 기본 연금을 보장하되 개인이 낸 세금에 따라 그 수령액이 커지게 돼 있다. 세금과 연금 지급액을 연동할 경우 탈세 유혹도 줄어들고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법인세 인상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나타나지 않은 건 현실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낮은 법인세율이 기업의 고용기피를 초래한다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감면을 했기 때문에 인상이 아니라 원상 회복으로 보는 게 맞다. 세수확보뿐만 아니라 세제 개혁의 목적에서도 법인세율 인상이 필요한 이유다. 중소기업을 배려해야 한다면 현재 3단계에 불과한 법인세 과표구간을 늘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입 1위인 부가세에 대해선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가세가 처음 실시될 당시에 비해서 금리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10%의 세율은 너무 높다. 부가세를 인하할 경우 최종 소비자 판매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선진국의 부가세율이 더 높다는 주장도 있으나 직접비교는 곤란하다. 한국엔 특소세나 교통세 등의 세목이 별도로 존재하며, 선진국의 경우 생필품의 부가세는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세입 비중이 높아 부담이 크다는 게 부가세 인하의 걸림돌이다. 현행 세제로는 저성장시대, 고령화 사회, 복지 사회에 감당하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시대 변화에 맞도록 현행 세제를 전면 개편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때다.
최성범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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