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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네이버가 신문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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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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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문을 좋아한다. 아침에 배달돼 오는, 향긋한 잉크 냄새가 남아 있는 신문을 펼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금은 1면을 보고난 후 2면, 3면으로 넘어가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1면이 아닌 맨 뒤 사회면을 먼저 열어보았다. 사회면 맨 아래 1단 기사에 전날 학내 민주화 시위에서 연행돼 구속된 대학생의 명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아는 이름이 나올까 봐 가슴 졸이며 한 줄 한 줄 읽었던 너무도 가슴 아픈 1980년대의 습관이다.

이런 가슴 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럼에도 신문의 소중함을 알기에 나는 대학생에게 신문 읽기를 권한다. 개강할 때는 습관적으로 신문을 구독하는지 조사해 보곤 한다. 대개의 경우 70여명의 학생 중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학생은 서너 명 정도인데 부모가 구독하는 신문을 '더부살이'로 보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20대 대학생의 경우 구독자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신문의 위기를 넘어 파산 수준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 보면 신문의 실상은 다르다.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신문을 읽는 경우를 물어보면 90%가 넘는 학생이 손을 든다. 기사를 담는 그릇은 달라졌을지언정 여전히 대학생들은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신문은 위기이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산업이다.

사실 신문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8대 신문의 경우만 해도 2013년 매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신문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기사를 담아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과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신문협회는 지난 17일 협회보를 통해 '포털이 뉴스를 매개로 얻은 광고수익 등 부가가치를 신문협회가 주축이 된 공동협상을 통해 포털과 신문사가 공유해야 한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네이버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독점적 지배력이 커질수록 반대로 기사를 제공하는 신문사가 위축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과의 수익 공유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문의 근본적인 위기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향후 포털과의 관계 설정이나 기사를 담는 매체의 진화와 기사의 제공 방식에 대한 전략 없이 신문의 위기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은 두 가지다. 혁신을 주도하거나, 혁신에 대항하거나 양자택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신문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어정쩡한 대세추종적 자세를 취해 왔다. 이점에서 일본 신문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신문사는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본의 과점적 포털인 야후에서는 신문기사가 검색되지 않는다. 신문기사를 보려면 해당 신문사 사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더구나 닛케이(일본경제신문)의 경우 과거의 기사를 검색하려면 유료 회원이 돼야 하고, 한 달에 무려 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닛케이는 경제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급정보를 보유하고 있기에 필요한 사람은 싫어도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닛케이는 지금 단순 지면 제공을 넘어 인터넷 사이트를 하나의 독자적인 디바이스로 진화시켜 가고 있다.

신문의 기회는 또 있다. 그것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너무도 다양하게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PC와 인터넷 포털을 넘어 이제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중요한 디바이스가 됐으며 기사를 담는 형식도 다양화해 페이스북의 페이퍼나 플립보드가 등장하고, 카카오토픽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앱)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 그릇에 들어가는 음식물(콘텐츠)까지 직접 그들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신문기사는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음식인 것이다. 다양한 디바이스와 포맷이 등장할수록 그 안에 들어갈 내용물을 만드는 신문사의 중요성은 커진다.

문제는 신문사가 자신의 어떤 음식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의 부재로 인해 지금 신문사는 최대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전할수록 기사의 중요성은 커지지만 정작 기사를 만드는 신문사는 위기에 몰리는 패러독스인 것이다. 이 패러독스를 누가 해결할 것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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