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이러한 현상은 영화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어찌 보면 기술의 진보라는 것은 가장 인간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세계 최초 5축 손떨림 보정 기능을 갖춘 풀프레임미러리스 카메라를 보더라도 이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에서 앞선다는 것을 의미하지않는다. 스펙 시트는 단순한 수치와 기능의 싸움이 아니라 과연 얼마나 인간의 눈에 가깝게 다가갔는지 일련의 과정에서의 중간 성적표 인지도 모른다.
카메라가 인간의 눈에 비친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면, 헤드폰 등 각종 음향 기기는 인간의 귀에 가까워 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어느 깊은 숲 한 쪽에서 들리는 바람의 소리, 나무 가지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 그 안에 작게 울려 퍼지는 새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이걸 그대로 간직해 반복해서 다시 듣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결국 음원을 만들고 이를 재생하는 수많은 음향 기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최근 오디오시장에서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HRA) 바람이 거세다. 말 그대로 고해상도 음원. 즉 기존의 CD라는 공간을 넘어서 원음에 가장 가까운,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의 소리와 같은 음질 그대로를 구현해 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나 오디오 기술뿐 아니라 대부분의 IT 디바이스들 역시 인간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에서 진보하고 발전한다. 그래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혹자들은 IT 디바이스에 있어 기술 경쟁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만약 수치의 경쟁에만 머무른다면 이것은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내 눈으로, 내 귀로 우리가 직접 맞닥뜨리는 많은 것들의 감동을 기기를 통해서도 그대로 느끼게 하고, 때로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감동을 증폭시켜 줄 수 있다면 기술의 진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카이 켄지 소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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