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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뽑기'로 수천억대 공사 입찰담합…건설사 임원 재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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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과정에 관여한 두산중공업·SK건설 상무 구속 기소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동전뽑기' 방식으로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두산중공업 이모 상무(55)와 SK건설 김모 상무(55)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가스공사가 2009년 5월부터 2012년 9월에 발주한 천연가스(LNG) 공급설비 공사 등의 입찰에서 건설사들과 담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발주 계획을 세운 사실을 알게 된 대형 건설사 12곳의 실무진은 2009년 초 서울 서초구의 한 임대 사무실에 모였다. 두산중공업과 SK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삼환기업, 금호산업, 한양, 쌍용건설 등도 참여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1개 공구에 2개 이상 회사가 입찰에 참가하면 낙찰 금액이 낮아지니 입찰담합을 해 출혈 경쟁을 피하자'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후 가스공사가 '미공급지역 주배관망 17개 공구'에 대해 입찰을 공고하면서 입찰자격을 완화하자 추가로 자격을 얻게 된 10개사도 담합에 가담했다.
입찰 공고된 공구 가운데 담합이 가능한 16곳 중 12곳은 사전에 담합을 협의한 회사에서 한 곳씩 가져가고, 나머지 4곳은 뒤늦게 합류한 10개 업체 중 규모가 큰 태영건설, 신한,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이 배분받기로 합의했다. 이후 16개 업체는 투찰율을 80∼83% 선에서 맞추기로 하고 100원짜리 동전에 숫자를 적어놓은 뒤 차례로 뽑아 최종 투찰율을 정했다.

배분이 완료된 곳 이외의 공구는 나머지 회사들이 높은 가격에 들러리 입찰을 섰고, 공구를 배정받지 못한 건설사도 주간사와 함께 서브사로 입찰에 참여했다.

검찰 조사결과 2011년 가스공사가 발주한 청라관리소 공급설비 건설 등 2차 배관 공사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입찰기회가 부여된 22개 건설회사를 도급순위와 시공실적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별로 동전뽑기를 해 공동수급사를 정했다.

청리관리소 공사는 삼성물산이 50%, 현대건설 35%, 신한종합건설 15% 등의 지분율로 공동수급사로 참여했고,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를 서준 뒤 다음 공사에서 진행될 공구를 분할받기로 합의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여 건설사 임직원 총 50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번 담합에 대한 내용을 처음 제보받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공정위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경찰 조사내용을 살펴본 뒤 건설사 및 공정위 관계자들에 대한 최종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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