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3주가 지났지만 후폭풍이 여전하다. 막대한 예산 투하 후유증 등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들에 대한 병역특혜 문제다.
병무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체육인 등에 대한 병역특혜는 1973년 유신정권이 '엘리트체육 육성을 통한 국위선양'을 구실로 올림픽 입상자들에게 병역특혜 혜택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이제 체육인 등에 대한 병역특혜 제도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선 거론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과 대외적인 체면의 문제다. 아마추어리즘에 비춰보면 병역특혜는 엄청난 보상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 중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체육인 병역특혜 제도는 종종 해외언론의 조롱거리가 돼왔다. 신성한 스포츠정신을 병역면제라는 미끼로 훼손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또 지적할 점은 일부 인기 종목의 프로선수들이 누리는 과다한 금전적 혜택이다. 특히 프로야구와 축구선수들은 병역면제라는 날개를 다는 순간 천문학적으로 몸값이 치솟는다. 이미 박찬호와 김병현 등이 그런 혜택을 누렸다. 같은 젊은이인데 누구는 전방 철책선에서 근무하다가 맞아 죽는가 하면 누구는 병역면제 덕에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병역문제는 우리 국민에게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 본인과 자식의 병역복무 여부는 매번 주요하게 다뤄진다.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특혜 의혹에 휩싸여 낙선했다. 병무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난망해 보인다. 가장 첩경은 병역혜택을 없애는 것이다. 기왕의 혜택과의 형평성이 문제된다면 대체복무제 등을 폭넓게 적용하면 될 것이다. 또한 병역면제 덕분에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일정 정도를 환수해서 해당 종목의 발전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제 일부 체육선수의 활약으로 '국위가 선양'되는 시절은 지났다. 매년 훈련소로 향하는 20여만명의 청년들에게 일부 체육인의 특혜는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고픈 배는 참아도 아픈 배는 못 참는 게 한국인이다.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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