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그동안 남북관계는 남북 접촉 후에도 분위기가 냉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선 4일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비서 등 북한 실세 3인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이유로 방한해 정홍원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만남에서 이들은 우리가 지난 8월 제안한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10월말에서 11월초 남쪽이 편한 시기에 열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황 총정치국장 등이 박 대통령과 면담하길 원한다면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들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사양해 성사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측이 정권 수뇌부를 남쪽에 보내는 파격적 행보를 통해 대화의지를 밝힌 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기회를 지렛대 삼아 지속적이며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자는 뜻을 북측에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통과와 이를 통한 민생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51일만에 국회가 정상화 되어서 민생관련 법안을 포함해 90개 의안을 통과시켰는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제 우리 모두 정치적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서 경제활성화와 민생 중심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주요 법안 상당수가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거나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제2기 경제팀이 살려낸 경제활성화의 기대가 다시 약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기초생활법개정안 같이 시행 시기가 정해져 있거나 여야간 이견이 없는 법안들은 우선 통과시켜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겐 그 어떤 것도 경제살리기에 우선할 수 없다.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국민안전과 공직사회 혁신 등 국가 대혁신 과제도 한시가 급하다"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해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동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공공기관 개혁 논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과거정부가 초기에는 공공기관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일관성과 개혁의지가 약해져서 오히려 공기업의 확대와 부채증가만 초래한 사례가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결코 그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현재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따라서 중점관리기관 등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중간평가에서 우수사례를 발굴해서 아직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다른 기관으로 확산하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합심해서 연말까지는 모든 기관이 완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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