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의 '혁신'작업이 도화선이 됐다. 출범한 보수혁신위원회(위원장 김문수)가 비박계 인사들 위주로 꾸려지고 구성 전 지도부 협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다는 데 대한 불만이다. 친박 중진인 유기준 의원은 지난달 22일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를 통해 "인사를 할 때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백번 양보해서 대선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지금 지리멸렬하는 야당을 보면서 우리도 각성하자는 취지의 논조는 이해하지만 (김 대표의) '지금 이대로는 다음 대선에서 100% 진다'는 말씀은 지나치다 못해 화가 나기까지 한다"며 "이제 대통령 취임 1년 7개월째이고 대선이 3년도 넘게 남은 시점에서 마치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민을 크게 실망시켜 회복불능의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침묵하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혁신위 구성 과정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사전에 협의하도록 돼 있는데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면서 "그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의 민주화를 주장했고 독선과 독주를 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사람들이 막상 당 상황이 바뀌었다고 문제를 의논하지 않는 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 중진들이 목소리를 내며 다시 친박-비박 간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지만 친박계가 당장 비박계와의 정면충돌을 계획하진 않는 분위기다.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한 의원은 혁신위 구성에 대한 질문에 "노 코멘트하겠다"면서 "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다"고 손사래 쳤다.
한 친박계 인사도 "김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친박계 불만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전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김 대표를 비판한 것은 견제구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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