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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열정' 도시농업에 성공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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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버려져 건축 자재들이 쌓여 있는 300평 무휴지의 돌을 치워 텃밭을 시작했죠. 처음엔 힘들었지만 매주 두 번씩 나와 일을 하면서 지금의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식물과 흙을 만지게 해달라"고 간청해왔을 때입니다. 지금은 텃밭명소라며 아이들이 견학도 자주오곤 합니다. 볼모지의 텃밭을 가꾸면서 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문대상 도시농사꾼)

지난 1일 '12인의 도시농사꾼 퍼레이드' 행사가 열리던 서울 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 은평구 녹번동 혁신단지 공공건물 빈공간에 '텃밭신화'를 일구어낸 문대상씨가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도시농업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현장에서 전문가 심사와 관중석 인기투표로 '베스트 도시농사꾼'을 뽑는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작은 텃밭 등을 통해 이웃 간의 소통이 살아나고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모인 도시농업인들은 버려진 건물이나 비어있는 옥상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텃밭을 가꾼 사례들을 발표했다. 노원구 대표로 나온 도시 농사꾼 고창록씨는 아파트옥상에 수박·참외를 심어 성공적으로 길러냈다. 김무숙씨는 15년째 연립옥상에 상자를 이용해 작목과 고추 등 30가지를 길러냈다. 도시텃밭 동아리 '인텔리겐치아' 대표 이상희씨는 무악동, 행촌동, 이화동의 폐가 쓰레기를 정리해 친환경 텃밭을 일궜다. 젊은 작가들과 철공인들이 공존하는 문래동에서 최영식씨는 옥상에 문래텃밭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노하우로 농촌보다 어려운 도시환경 속에서의 농업에 성공했다. 아파트 옥상에 수박을 기르는 고씨는 수차례 실험을 거듭해 옥상을 식물을 기르기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체 개발한 흙으로 흙의 무게를 낮추고 빗물을 저장하는 물탱크를 설치한 것. 일명 '강남스타일' 농업을 구사한다는 박기홍씨는 바쁜 업무로 매일 물주기가 어려워 고안한 빗물 활용 관수시스템을 운영중이다. 태양광을 이용하는가 하면, 지렁이와 등애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 처리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물론 이들의 작업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빈 공터를 텃밭으로 만들려면 돌과 각종 쓰레기등 건축 자재를 치워야했다. 몇몇 공동체 농사지에서는 '옥상 무너지면 책임질거냐' '마트에서 몇 천 원이면 다 사는 건데 뭐하러 기르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들 도시 농업인들은 수확물을 경작하지 않는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등의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도시농사꾼들은 흙을 만지고 자연을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개인의 정서함양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 한편 공동 텃밭일구기를 통해 마을 공동체 간에 소통이 증진됐다고 강조했다. 값싼 임대료때문에 젊은 작가들이 모인 창작촌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문래동의 옥상 텃밭은 마을의 대화창구다. 공동화현상을 극복해보고자 커뮤니티 가능성을 보고 텃밭을 만들었다는 최영식씨는 "옥상에서 워크샵을 열 때도 있고 장기자랑을 하면서 서로 놀 때도 있다"고 말했다.

텃밭을 치유와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광진구 손호정씨는 농업에 치유기능을 접목시켜 왕따나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한 도시농업 프로그램 제작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서울목현초등학교는 학교특색사업으로 운영하는 자연친화적 텃밭가꾸기, 토요가족텃밭체험 프로그램, 옥상텃밭녹색발전소의 사례를 공유해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 농업에 열정을 다해주신 데 경의를 표한다"며 "(도시농사꾼들이)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창조적으로 도시 농업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총 54억원을 도시농업에 투자해 민간단체의 텃밭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형근 서울시 민생경제과 도시농업팀 주무관은 "도시농업 활성화를 통한 로컬푸드 저변확대로 공동체가 회복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시농업인들의 사례들이 앞으로 도시농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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