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시작된 외식기업의 해외진출은 2011년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내 외식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초반에는 많은 기업들이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돌아왔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유행처럼 번진 해외진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기약 없는 투자로 이어졌고 결국 해외 사업을 접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 전형적인 패병선전 이후구승(敗兵先戰 而後求勝)의 모습이다. '패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킨 다음 승리를 구한다'는 손자병법에 나온 말이다.
먼저 지피지기를 위해서는 시장과 해외 소비자들의 생활 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기업 고유의 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정체성을 잊지 말되 현지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뉴욕 맨하탄의 중심 타임스퀘어에 카페베네 해외 1호점을 오픈하면서 가장 고심한 것은 '이미 테이크아웃 커피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뉴욕에서 어떤 전략으로 다가가는가'였다. 카베베네가 가진 한국식 디저트 메뉴와 카페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커피의 경쟁력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국 전통 간식인 미숫가루를 이용한 미숫가루라떼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야말로 모험에 가까웠다. 매장 안팎에서 적극적인 시음행사를 실시하고 현지인에게 익숙한 형태의 음료를 연구해 캐러멜 시럽을 넣거나 아몬드를 함께 갈아 프라페노로 만들었다. 결국 열흘 만에 5000잔을 판매했다. 정체성을 유지한 차별화와 현지화 전략의 조합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이번 베트남 1호점을 오픈할 때도 이 같은 공식을 따랐다. 카페베네의 베트남 매장에서는 라임주스, 포멜로주스, 세시모젤라또 등 다소 생소한 음료를 판매한다. 베트남 시장 진출을 결정한 순간부터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고려한 새로운 상품 개발에 집중해 로컬라이징한 음료를 추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판매하는 고유의 메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판매하고 있는 팥빙수 메뉴에 대한 뜨거운 현지 반응은 맛과 시원함 때문만은 아니다. 현지 소비자들의 한류 문화에 대한 높은 호감도는 한국식 식음료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현지화 과정은 필수적이지만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유의 색채를 가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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