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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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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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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아우 먼저'. 요즘 정부가 방송업계 봐주기를 하는 모양을 표현하면 딱 이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방송통신위는 얼마 전 정책목표를 발표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로 발표했다. 광고총량제는 시간당 10분의 광고운영 시간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유형(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사보광고 등)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한 제도. 한마디로 상업광고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종합편성채널을 운영 중인 대형 신문사들이 연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처럼 규제완화를 빙자한 특혜 나눠주기는 2009년 당시 종편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주면서 저지른 원죄에서 비롯된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 관련법안에 근거해 종합편성채널 4사를 선정하면서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들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렵던 특혜를 제공했다. 우선 종편을 의무전송(must-carry)채널로 지정하면서 20번이내의 채널번호를 보장했고, 이번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한 중간광고도 허용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들의 플랫폼 확보와 광고 영업을 보장해주기 위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파격적 조치였다.

 신생 종편사들에 대한 파격적 특혜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당연히 반발하자 유화책이 뒤따랐다. 바로 2010년 1월부터 시행된 간접광고(PPL)허용조치다. 그 이후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서 특정 협찬사의 로고와 상품명이 노골적으로 내걸리고,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대사를 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협찬을 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과도할 정도로 모자이크 처리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명분은 방송산업 발전이었지만 실제론 협찬광고 확대였다

 다시 종편 차례가 됐다. 지난 2월 방통위는 종편사별로 방송광고 판매를 맡게 된 미디어렙을 허가함으로써 형식적으로나마 렙을 통한 광고 판매를 가능케 했다. 종편사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이번에 완성한 셈이다.
 이제 다시 지상파TV가 특혜를 받을 차례. 바로 광고총량제다. 방송업계에선 지상파가 높은 단가의 광고를 인기 프로그램에 집중 배치할 경우 채널당 광고매출이 연 1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 허용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TV중간광고 허용은 시간 문제라고 봐야 한다.

 정부가 갖가지 규제를 완화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방송산업 활성화. 그러나 힘센 지상파와 조ㆍ중ㆍ동 등 강자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상생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강자들의 이익을 위해 방통위가 오히려 앞장서는 상황은 눈물겨울 지경이다. 이처럼 규제완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종편과 지상파가 특혜의 잔치를 즐기는 사이 시청자의 권익과 공익성은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특정 상품의 쇼룸 안에서 주인공들이 CF 카피 같은 대사를 하는 게 방송발전에 과연 도움이 될까.

 물론 규제 유지만이 능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주파수가 공공재라는 게 방송이 규제산업인 근본이유이지만 정치권도 영향력 행사를 위해 규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규제의 그늘 아래에서 방통위가 원칙 없이 강자와 기득권층의 입장만을 그때 그 때 대변하면서 공익과 시청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태들은 정치권의 방송 장악 창구로서의 역할엔 충실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방송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시청자 권익과 공익을 저해하면서까지 지상파TV를 지원하는 일이 과연 방송산업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시청자들의 신뢰만 저하시켜 공영방송의 위기만을 초래할 뿐이다. 방송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것도 명확한 원칙과 방향 하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 제도가 방송의 기본 틀인 상황에서 방통위가 미국식의 민방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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