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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바람(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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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願望)하는 마음에는 바람(望, 바램은 틀린 말이다)이 들어있다. 실망하는 마음이나 책망하는 마음에도 마찬가지이다. 바라는 것이 없다면 원망할 리도 실망할 까닭도 책망할 까닭도 없다는 얘기다. 좋은 마음이 얽히어 좋지 않게되는 그것이 인간사의 슬픔을 이룬다. 얽히지 않은 슬픔은, 딱 하나 뿐이다. 하늘벼랑에 선 인간의 고독, 그 근원적 존재감은 오히려 타인의 결핍이 주는 슬픔이다.


바라는 일은, 그래서 관계를 짓고 사는 인간에게는 없을 수 없는 일이다. 희망도 바라는 일이요, 소망도 바라는 일이요, 선망도 앙망도 신망도 모두 바라는 일이다. 바람이 없다면 인간은 자라지도 않고 꽃피지도 않고 결실을 맺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없었다면 힘을 내지도 않고 꿈꾸지도 않고 호기롭게 내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없었다면 신바람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헛바람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없었다면 사랑이 타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을 낳고 바람은 멈추지 못하고 바람은 질투하며 바람은 분노한다.

바라는 것도 없어요, 모두 다 주고 싶어요. 구창모는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에서 그렇게 노래 불렀다. 사랑의 시작은 바라는 것이 없이 모두 다 주고 싶은 그 마음이다. 바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랑은 심각해지고 슬퍼지고 더욱 아파오고 힘겨워진다.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모든 것을 바라기 시작하는 그 마음. 그게 슬픈 사랑의 정체이다. 바란다는 말은, 바라본다는 말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인간, 먼 곳을 바라보는 인간, 무엇인가를 늘 쳐다보는 인간. 해바라기가 해를 보듯, 달맞이가 달을 보듯, 바라보는 일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생애를 태우고 이성적인 분별을 태우고 모든 시간을 태운다.


실망하는 일, 절망하는 일, 원망하는 일. 모두 사랑하는 마음이 변질된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스스로 변하였든 혹은 다른 환경을 만나 변화를 채택하였든, 어쨌거나 변한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바라지 않았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그것이, 감정의 폭풍을 부르고 분노의 언행을 낳는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좋음을 좋음으로 오래 지닐 수 있게, 과속하는 마음아, 그쯤에서 멎어다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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