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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명망에 대하여(111)

최종수정 2014.07.29 06:35 기사입력 2014.07.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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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나깨나 바라는 것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돈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쾌적하고 고결해보이는 삶, 그리고 건강과 그것을 향유하는 즐거움들, 성에 대한 환상들과 같은 즉물적인 것도 있지만, 독서나 예술취향, 탐미적 갈망이나 완전한 무엇에 대한 추구, 여행이나 학문적 심취, 혹은 자아성장과 성취 욕망과 같은 조금 더 정신적인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 말고,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집요하게 천착하는 것도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명망이라는 것입니다. 명망은 명성과 인망이라고 풀어볼 수 있는데, 명성은 이름이 내는 소리입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즐기는 쾌락입니다. 내 이름이란 내가 지은 것도 아니고 태어난 뒤에 붙여진 문자 혹은 소리일 뿐인데 그것에 왜 이토록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의 자랑(명예)을 위해서 결투를 신청하여 죽어간 옛 사람들은, 과연 그 이름의 무엇을 지키고 갔는지, 그 죽음으로 이름을 성공적으로 지켰는지 뒷사람들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인망은 남이 지니는 기대감을 말합니다. 저 사람은 저런 분이구나 하는 감탄이 섞이면서 그를 우러르는 주위의 마음이 바로 인망입니다. 명망은 그러니까 내 브랜드(이름)에 대한 인기와 내 퀄리티(인품)에 대한 칭찬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남이 해주는 것입니다. 명망은 한번 쌓이면 지속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또한 사회적 재산이라 할 만 합니다. 상품의 브랜드나 품질에 대한 신뢰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명망을 과신하여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 명망은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현재적 상황일 뿐, 실제의 자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사람들의 눈은 변덕이 심하며 자주 바뀌기도 합니다. 명망에 의지했던 마음은, 대중의 변심에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입이나 마음에 의지하는 태도가 부른 비극일 뿐입니다. 이름에 대해 들려오는 소리도, 잠깐의 소리이며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칭찬 또한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파도의 일부일 뿐입니다.

정치는 명망을 먹고 사는 직업이며, 경제를 움직이는 리더 또한 결국엔 마찬가지입니다. 명망은 쌓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대중은 명망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질투와 냉소를 키우기도 합니다. 스타의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 가장 손가락질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옵니다. 명망은 세상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평판이라고도 하는데, 음란물 동영상을 많이 올려 무슨본좌라는 별명을 얻는 이도, 자신에게 쏠린 관심과 평판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이 자아에 대한 명성에 대한 집착은 마찬가지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지식인의 많은 행위들은 명망에 대한 탐닉과 천착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진짜 양상과 계속해서 부여되는 명망이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기 쉽습니다. "나, 누구야" 라는 브랜드로 세상에서 자연스런 존경과 양해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이름에 부여되는 세상의 찬사들이 부질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2천년 전의 사람들도 탄식과 끌탕으로 기록해놓았지만, 여전히 그 망상은 끊이지 않습니다. 방송을 타고난 다음의 인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다음의 명성, 혹은 이름난 학자로서의 자부심, 큰 부자로서의 자랑, 대단한 선수나 예술가가 된 뒤에 생겨난 아우라, 정치인이나 기업인 리더로서 예우받는 것에 대한 환상. 이 모든 것이 명망에 뒤엉켜 자아감을 잠깐 망실하기 쉬운, 취약한 존재 양상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명망에 대한 환상을 끊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더없이 소탈해지며 삶은 소박하고 느긋해질 수 있다는 것. 이 간단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우린 자주 놓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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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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