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런 것들 말고,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집요하게 천착하는 것도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명망이라는 것입니다. 명망은 명성과 인망이라고 풀어볼 수 있는데, 명성은 이름이 내는 소리입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즐기는 쾌락입니다. 내 이름이란 내가 지은 것도 아니고 태어난 뒤에 붙여진 문자 혹은 소리일 뿐인데 그것에 왜 이토록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의 자랑(명예)을 위해서 결투를 신청하여 죽어간 옛 사람들은, 과연 그 이름의 무엇을 지키고 갔는지, 그 죽음으로 이름을 성공적으로 지켰는지 뒷사람들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명망을 과신하여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 명망은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현재적 상황일 뿐, 실제의 자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사람들의 눈은 변덕이 심하며 자주 바뀌기도 합니다. 명망에 의지했던 마음은, 대중의 변심에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입이나 마음에 의지하는 태도가 부른 비극일 뿐입니다. 이름에 대해 들려오는 소리도, 잠깐의 소리이며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칭찬 또한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파도의 일부일 뿐입니다.
정치는 명망을 먹고 사는 직업이며, 경제를 움직이는 리더 또한 결국엔 마찬가지입니다. 명망은 쌓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대중은 명망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질투와 냉소를 키우기도 합니다. 스타의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 가장 손가락질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옵니다. 명망은 세상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평판이라고도 하는데, 음란물 동영상을 많이 올려 무슨본좌라는 별명을 얻는 이도, 자신에게 쏠린 관심과 평판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이 자아에 대한 명성에 대한 집착은 마찬가지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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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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