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갈등과 전쟁과 증오와 우행을 만들어내는 건, 99%가 말이다. 그런데도 우린 말을 참 두려움 없이 뱉고 뉘우침 없이 삼킨다. 말에 브레이크를 달 줄 모르고, 말에 계량계를 달지 않고, 말에 반창고를 붙이지 않는다. 말은 자신의 입을 떠나는 순간, 그 내면이 품고 있던 뜻까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듣는 귀에 따라 부풀려지고 왜곡되고 축소되고 이야기가 가미된다. 입의 말이 아니라 귀의 말이 된다. 귀의 말들이 세상의 분란과 혼선을 부르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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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명심해야 할 것은, 제대로 듣지 못하는 귀를 감안하여 입의 용훼를 줄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많이 말할수록 걷잡기 어렵다. 말이 번식하는 말과 말이 스스로 지닌 동력을 제어하는 일은,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는 일의 만배는 더 힘들 것이다. 귀를 믿지 않는 것이 입을 신중하게 하는 길이다. 입에도 감정이 들어있지만 귀에는 그 백배의 귀신이 심술을 부리고 있다.


최고의 금메달을 웅변에게 준 것이 아니라 침묵에게 준 까닭이 뭔지 아는가. 침묵은 가슴과 머리가 듣지만, 웅변은 귀가 듣기 때문이다. 가장 나쁜 침묵보다 가장 훌륭한 웅변이 더 불리한 까닭은, 침묵은 그 다음의 말이 수습할 수 있지만, 웅변은 그 다음의 침묵으로 수습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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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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