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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월, 어머니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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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5월 첫 날이다. 오늘 근로자의 날을 시발로 유난히 가족, 그리고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날이 많은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그 사이에 세상에 자비를 설파한 석가모니 탄신일도 들어있다. 가정의 달 5월의 첫 주는 황금연휴로 출발한다. 신록은 눈부시다. 예년 같으면 단체 나들이와 다양한 행사, 축제로 떠들썩할 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세월호 참사는 진행형이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꽃 같은 단원고 학생들, 환갑 여행길을 함께 떠났던 초로의 친구들, 제자 또는 친구를 구하러 다시 선박 속으로 뛰어든 교사와 학생…. 생존자보다 훨씬 많은 인명이 죽음으로 귀환했다. 아직도 89명은 실종자로 남아 떠돈다.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은 오늘도 팽목항에서 눈물짓는다.
세월호 후폭풍은 여행과 축제의 계절 5월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자체나 대학의 행사와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조용하게, 추모하는 분위기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특히 초ㆍ중ㆍ고생의 단체여행은 거의 중단됐다. 한국여행협회가 사고가 난 지난달 16~28일 예약취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곳의 여행사에서 21만여명이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취소, 그 비율이 90%에 달했다. 선박을 이용한 바닷길 여행도 60% 이상 취소됐다. 반면 가족 중심의 여행은 늘어났다. 리조트 체인이나 지방 숙박업소는 예약률이 10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엄마 아빠, 사랑해." 아들딸들이 숨 가쁜 순간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의 단어는 '사랑'이었다. 가족 간에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는 가정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랑의 기운이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서 '나 밖에 모르는 사회'를 바꿔 놓는다면, 세월호 비극은 되풀이 되지도, 헛되지도 않을 것이다.

올해 5월의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한순간에 가족과 작별한 세월호의 아들딸들은 지금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 모른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이해인 '5월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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