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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남자가 사는법(16)]오십愛…술도 사랑도 숙성되면 맛있다

최종수정 2014.07.09 09:30 기사입력 2014.04.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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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조니 뎁·톰 크루즈·브래드 피트, 모두가 '쉰'세대

최창환 대기자

최창환 대기자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노총각 후배를 만났다. 40대 중반이다. 언제 장가가나 걱정했는데 '여친(여자친구)'이 생겼다. 30대 초반의 직장여성이다. 결혼을 생각하는데 여자가 꺼린다고 하소연한다. 눈치를 보아하니 손만 잡은 관계는 아닌 듯하다. 물어보진 않았다. 요즘에는 연애와 결혼이 항등식이 아니니 굳이 물을 이유도 없다. 애들도 아니고. 어쨋든 나이차가 많이 나 문제란다. 여친이 미래를 걱정한다.

둘이 소주를 마시면서 "나이가 무슨 문제냐"며 의기투합했다. 우리끼리는 통한다고 생각했다. 40대 남자와 50대 남자는 아직 젊다고 묻어가려 했다. 그랬더니 언짢은 기색을 보인다. 웃기는 놈이다. 저는 띠동갑인 어린 여자와 사귀면서 여섯살 많은 나는 준노인 취급한다. 예전에는 '버럭'했지만 지금은 잘 참는다. 나이 덕이다. 찾아온 후배니까 잘 대해 주기로 했다. 대신 계산할 때 신발끈을 만지고 있어야지. 지가 술 산다고 했는데 구태여 내가 낼 필요가 없다. 자잘한 복수가 늘고 있다. 나이 탓이다.

"조지 클루니 알지. 17살 어린 애인이 있어. 너는 약과야", "조지가 우리 나이로 53살이야"라고 격려했다. 나이차는 극복될 수 있고 충분히 젊다고 얘기했다. 은근히 50대를 강조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조지 클루니는 정말 멋있다. "형, 그 여자랑 벌써 헤어져 영국인 변호사랑 사귀고 있어. 연예계 소식에 뒤지니까 '노털' 소릴 듣지". 이 자식이! 대학 때부터 '네가지(싸가지)'가 조금 부족했는데 변하지 않았다. 노털이라니. "아줌마! 등심 2인분 더주세요." 너 당해봐라.

그래도 50대는 꽃중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마트폰으로 50대의 멋진 남자배우들을 찾아내 들이댄다. 이름 다음이 나이고 괄호 안이 출생년도다. 손현주 50(1965), 최수종 53(1962), 최민식 53(1962), 이재룡 51(1964), 톰크루즈 53(1962), 조니뎁 52(1963), 브래드 피트 52(1963)가 다 50대다. 조재현, 키아누 리브스, 유동근, 주진모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최민수, 짐 캐리, 주성치, 유덕화, 니콜라스 케이지, 한석규, 톰 행크스, 김상중, 멜 깁슨, 김갑수, 러셀 크로우, 숀 펜, 박준규, 쿠엔틴 타란티노. 휴 그랜트, 조민기, 전광렬, 권해효, 웨슬리 스나입스, 허준호,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등. 그만 줄이자. 놀랄 만큼 많다. 젊음을 잃지 않은 멋진 50대 배우가 쭈루루루룩 나온다.

"송강호(48세), 장동건(43세)만 하겠어요." 찾아보지도 않고 40대 두 명으로 50대 수십 명을 상대한다. 애들하고 싸워봤자 손해다. 타협을 시도한다. "맞아, 40살은 넘어야 남자로서 맛이 나는 것 같아." 유화책에 후배도 맞장구를 친다. "그럼요 술과 남자는 묵을수록 가치가 높아져요. 40 되면 인생 종치는 줄 알았어요. 남자는 40이 돼야 인생이 뭔지 알죠."
위스키는 오래될수록 맛이 부드럽다. 포도주도 마찬가지다. 오크통 속에서 숙성과정을 거치며 세월이 갈수록 향기가 배고 맛이 부드러워진다. 나이가 들면서 영혼이 깊어지는 남자와 같다. 외로움과 싸워 이긴 고독한 남자와 숙성의 과정을 거친 깊은 맛의 오래된 술이 서로 통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술은 시간이 흐르면 비싸지는데 멋진 남자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시간과 발효가 결합해 좀 더 나은 것을 만든 게 남자와 술이다. 주절, 주절, 주절. 홀아비 수준의 노총각과 주말부부로 홀아비 냄새가 몸에 밴 유부남이 중년 예찬론을 편다. 포도주를 만든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의 힘을 빌면 못할 일이 없다. 그래서 남자들이 술을 찾고 술을 닮나 보다.

대화가 좀 더 진행된다. 발효는 부패와 다르다. 좋은 술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 당분이 많은 포도가 발효가 잘돼 좋은 포도주가 된다. 좋은 포도주를 닮은 사람이 되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한가. 후배는 독서, 사색, 연애가 좋은 남자를 만드는 자양분이란다. 이게 포도의 당분과 같은 것인가. "야, 너 돈은 많이 벌어놨냐." "그래야 여친이 불안해 하지 않지." 후배의 기준은 멋있다. 남자 말고 남편은 필요한 게 더 있다. 서사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고문은 사람, 돈, 일, 건강, 시간을 은퇴 이후 필요한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40대 이후 신중년에게도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녀석은 화장실에 갔다. 은행장도 아닌, 집도 없는 40대 회사원이 띠동갑을 사귀다니. 후배의 사랑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걱정이다.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이 계산을 물어본다. 내가 냈다. 복수는 또 실패로 끝났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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