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조니 뎁·톰 크루즈·브래드 피트, 모두가 '쉰'세대
둘이 소주를 마시면서 "나이가 무슨 문제냐"며 의기투합했다. 우리끼리는 통한다고 생각했다. 40대 남자와 50대 남자는 아직 젊다고 묻어가려 했다. 그랬더니 언짢은 기색을 보인다. 웃기는 놈이다. 저는 띠동갑인 어린 여자와 사귀면서 여섯살 많은 나는 준노인 취급한다. 예전에는 '버럭'했지만 지금은 잘 참는다. 나이 덕이다. 찾아온 후배니까 잘 대해 주기로 했다. 대신 계산할 때 신발끈을 만지고 있어야지. 지가 술 산다고 했는데 구태여 내가 낼 필요가 없다. 자잘한 복수가 늘고 있다. 나이 탓이다.
그래도 50대는 꽃중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마트폰으로 50대의 멋진 남자배우들을 찾아내 들이댄다. 이름 다음이 나이고 괄호 안이 출생년도다. 손현주 50(1965), 최수종 53(1962), 최민식 53(1962), 이재룡 51(1964), 톰크루즈 53(1962), 조니뎁 52(1963), 브래드 피트 52(1963)가 다 50대다. 조재현, 키아누 리브스, 유동근, 주진모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최민수, 짐 캐리, 주성치, 유덕화, 니콜라스 케이지, 한석규, 톰 행크스, 김상중, 멜 깁슨, 김갑수, 러셀 크로우, 숀 펜, 박준규, 쿠엔틴 타란티노. 휴 그랜트, 조민기, 전광렬, 권해효, 웨슬리 스나입스, 허준호,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등. 그만 줄이자. 놀랄 만큼 많다. 젊음을 잃지 않은 멋진 50대 배우가 쭈루루루룩 나온다.
"송강호(48세), 장동건(43세)만 하겠어요." 찾아보지도 않고 40대 두 명으로 50대 수십 명을 상대한다. 애들하고 싸워봤자 손해다. 타협을 시도한다. "맞아, 40살은 넘어야 남자로서 맛이 나는 것 같아." 유화책에 후배도 맞장구를 친다. "그럼요 술과 남자는 묵을수록 가치가 높아져요. 40 되면 인생 종치는 줄 알았어요. 남자는 40이 돼야 인생이 뭔지 알죠."
대화가 좀 더 진행된다. 발효는 부패와 다르다. 좋은 술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 당분이 많은 포도가 발효가 잘돼 좋은 포도주가 된다. 좋은 포도주를 닮은 사람이 되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한가. 후배는 독서, 사색, 연애가 좋은 남자를 만드는 자양분이란다. 이게 포도의 당분과 같은 것인가. "야, 너 돈은 많이 벌어놨냐." "그래야 여친이 불안해 하지 않지." 후배의 기준은 멋있다. 남자 말고 남편은 필요한 게 더 있다. 서사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고문은 사람, 돈, 일, 건강, 시간을 은퇴 이후 필요한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40대 이후 신중년에게도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녀석은 화장실에 갔다. 은행장도 아닌, 집도 없는 40대 회사원이 띠동갑을 사귀다니. 후배의 사랑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걱정이다.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이 계산을 물어본다. 내가 냈다. 복수는 또 실패로 끝났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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