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죽기전에 곡 하고싶은 목록)도 좋지만
세종시로 위문공연(?)을 온다던 친구들 중 몇 명만이 들렀을 뿐이다. 전화하거나 서울에서 볼 때 "내려가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금' 섭섭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돌이켜 보니 받는 데 익숙하고 주는 데 인색했다. 많은 친구들이 지방 근무를 할 때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간 경험이 거의 없다. 아니 미안해 하지도 않았다. 미안해 하는 친구들에게 도리어 미안하다.
감사 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 그들이 필요로 할 때 내가 옆에 있어주기 위해서 감사 리스트를 만들자. 필요 여부를 떠나 인간적으로 감사를 표시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리스트부터 만들자.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자. 섭섭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먼저 풀어줘야지 생각한다.
감사 리스트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40대에서 60대 초반의 신중년에게 버킷 리스트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남은 삶을 후회없이 살려는 이들에게 적당한 게 버킷 리스트다. 정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싶으면 감사 리스트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년에게는 죽음만을 준비하기에는 남아있는 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감사 리스트도 관계회복이란 면은 동일하다. 그러나 앞으로 긴 인생을 살 중년들에게는 실용적인 면도 크다. 인생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에 들어가는데 꼭 필요한 작전지도일 수 있다. 인생 2막을 공격적으로 살지, 수비 위주로 짤 지는 개인의 몫이다. 전반전에는 정신없이 살았다. 눈 앞의 것을 위해 달리고 달리다 보니 주변 사람을 살펴보지 못했다. 사람(人)은 서로 기대어 산다. 한숨 돌려야 한다. 후반전 여정을 함께 갈 동반자을 살펴보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고마운 사람들이 무척 많다.
그래도 친구 몇은 손을 좀 볼 계획이다. 위문공연을 못 온 것을 무척 미안해 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지방에 4년간 근무할 때 "찾아온 친구만이 진정한 친구"라며 못 가본 친구들을 야단쳤다. 돌아온 뒤에도 이를 빌미로 술도 많이 뜯어 먹었다. 나는 갔었다. 손봐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렁뼈 취급당한다. 약간의 뒤끝이 필요하다. 찾아가서 혼내주는 '뒤끝 끝판왕'은 사양하더라도 기회가 닿으면 한번 혼내줘야 한다. 이게 감사 리스트와 버킷 리스트의 차이다. 통풍이 있는 친구다. 맥주를 마시면 안 된다. 다음에 만나면 소맥을 먹일 생각이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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