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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맘대로 폐쇄 '명수학교'…"장애학생들 거리 나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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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버스를 못나가게 막던 트럭이 견인차에 의해 학교 밖으로 끌려가고 있다.

스쿨버스를 못나가게 막던 트럭이 견인차에 의해 학교 밖으로 끌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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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16일 아침 8시 성북구 성북동 소재 지적·자폐성 장애 특수학교인 서울명수학교. 이 학교 교문 옆에 정차된 스쿨버스들을 가로막은 트럭 한 대가 강제로 견인차에 의해 끌려가고 있었다. 매일 이 학교 장애 학생들의 등교를 돕는 스쿨버스를 출발하지 못하게 한 이는 바로 이 학교 경영자 최수일(62)씨였다.

트럭이 치워지자 스쿨버스는 학생들을 태우러 출발했고 9시가 되자 개별 등교를 지시받은 학생들이 택시를 타고 학교에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택시에 내린 학생들은 교육청 직원들과 취재진이 몰려있자 어리둥절한 표정과 함께 불안감을 내비치며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명수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명수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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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의 아버지가 1968년 설립한 명수학교는 전국 유일하게 개인소유인 특수학교다. 설립자가 사망한 후 자녀들이 학교 부지를 분할 상속받았고 1998년부터 장남인 최 씨가 경영자를, 최 씨의 누나인 최인숙(63)씨가 교장을 맡아 왔다. 문제는 이 학교가 2010년 국고 26억원을 지원받아 교사를 지었고, 매년 교육청으로부터 30억원의 지원을 받는 학교라는 것. 이후 설립자의 자녀들이 부지 건물 소유주인 경영자 최 씨에게 부지 사용료 청구 소송을 내승소하자 최 씨는 “매달 임대료를 낼 돈이 없다”며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나왔다.

결국 최 씨는 16일 학교 폐쇄를 시도했고 교문을 걸어 잠그고 새벽 트럭을 동원해 스쿨버스 출발을 막는 데 이르렀다. 서울시교육청의 신고로 6시 30분경 경찰이 출동해 교문 열쇠를 따고 트럭을 견인하려 하자 최 씨는 트럭 밑에 들어가 “나 죽여”라며 버티는 촌극을 벌였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와 업무집행방해죄로 최 씨를 연행해 갔다. 학교 폐쇄는 교육감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학교 교장 역시 학교 운영 의지가 뚜렷하기 때문에 교장의 학교운영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9시 30분이 되자 스쿨버스 차량이 도착해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섰고 보통 아침 9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명수학교는 이날 평소보다 늦었지만 수업을 시작했다.

올해 14살 아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박지영(44)씨는 “오늘 다행히 학교가 폐쇄되지 않고 학생들이 등교할 수 있었지만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사태가 앞으로 장기화되면 학교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학교가 폐쇄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데 자폐·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더욱 변화된 환경에 민감하다”며 걱정했다. 현재 동대문구, 성북구, 중랑구에는 특수학교가 명수학교 단 한 곳 뿐이다.

다른 학부모들도 “비리 등 학교 문제가 불거진 지 오래됐는데 도대체 교육청은 무얼했느냐”, “당장 법 때문에 공립화를 할 수 없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교육청을 규탄했다.

안덕호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이런 상황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립화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육청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행된 경영자 최 씨는 오늘 오후 풀려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내일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제대로 학생들이 등교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 학교지원과장은 “우선 내일도 학생들이 등교할 수 있도록 경영자가 학교 폐쇄를 다시 시도할 경우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앞으로 2~3일 동안 근무조를 편성해 24시간 학교를 관찰할 계획이며 돌발 상황 발생시 경찰에 신고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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