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포스터' 철거된 英 미용실 "민주주의 침해당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자료사진)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영국 런던의 한 미용사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머리모양을 풍자한 광고를 가게 앞에 내걸었다가 북한 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철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런던 서부 사우스일링에 위치한 한 미용실 'M&M 헤어 아카데미'는 최근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옆머리를 짧게 깎은 김 제1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광고 포스터를 내걸었다.

논란이 된 포스터는 활짝 웃고 있는 김 제1위원장의 상반신 사진을 배경으로 '운수 나쁜 날?(bad hair day?)'이라는 문구 아래 '4월 한달 간 남성 커트 요금을 15% 깎아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을 소재로 광고 포스터를 만든 건 미용실 주인 모 나바흐의 아들 카림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북한에서 최근 남자 대학생들에게 김 제1위원장처럼 머리를 깎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착안했다"고 말했다.

나바흐는 재기 넘친 포스터로 손님이 늘어날 것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광고를 건 다음날 양복을 입은 북한 대사관 직원 2명이 미용실을 방문하면서 이런 생각은 빗나갔다. 북한 대사관은 나바흐의 미용실에서 걸어서 10분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있어 광고가 걸린 사실을 빨리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바흐는 "이들이 가게 밖에서 포스터 사진을 찍고 이것저것 적고 가더니, 다시 찾아와 이것은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바흐가 "이것은 단지 광고물일 뿐이고, 우리는 항상 유명인의 사진을 창문에 붙여놓곤 했다"고 항변하자 북한 대사관 측은 "이분은 유명인이 아니라 우리의 친애하는 지도자"라며 맞섰다.

또한 나바흐는 "그들이 나의 이름을 물어봤지만 답변을 거부했다"면서 "여기는 북한이 아니라 영국이다. 내 가게에서 나가달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변호사를 통해 해결하라고 맞섰다면서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포스터를 내리고 경찰에 이런 내용을 알렸다.

그는 경찰로부터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불만신고가 제기됐다는 말을 들었으며 이후로는 마찰이 없었다고 했다. 런던 경찰청은 이에 대해 포스터 소동과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며 아무런 위법 행위도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나바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좋지 않은 상황을 비꼬기는 했지만 가게 창문 안에 붙인 포스터가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광고물을 내리도록 한 행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 미용실의 20년 단골이라는 헬렌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광고물 게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광고는 쿨했다"며 "광고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웃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해 논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키가 커 보이도록 파마머리를 애용했던 부친과 달리 김 제1위원장은 옆머리를 짧게 친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며 북한 대사관은 이번 소동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