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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로스쿨 ‘냉가슴’, 그 악몽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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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서울권에 있는 로스쿨 입학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만큼 합격의 기쁨도 크다.

로스쿨 합격이 결정되면 가족을 비롯해 주변의 축하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 때 뿐이다. 막상 3년의 로스쿨 생활, 만만찮은 재정적 부담, 졸업 후 불투명한 미래 등 현실을 생각하면 걱정이 뒤따른다.
변호사가 된다고 인생 역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어렵게 공부해서 로스쿨에 합격해도 냉랭한 현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로스쿨=돈스쿨’이라는 시선 때문이다. 심지어 로스쿨은 부모 잘 만난 이들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비판적인 시선에는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경청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 로스쿨을 준비하려면 집안형편이 괜찮아야 하는 게 사실이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는 한창 일할 나이에 몇 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억대의 돈을 소비해도 감당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사립대 로스쿨은 한해 등록금이 2000만원 안팎, 국립대 로스쿨은 1000만원 안팎이다. 대학별로 장학제도가 잘 돼 있는 곳도 있지만 책값, 생활비, 용돈 등을 고려하면 사립대 로스쿨의 경우 졸업까지 3년 동안 1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할 수 있다.
로스쿨 입시 과정이나 학교 운영은 비판할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악담과 저주는 곤란하다. 로스쿨은 이제 3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문제를 보완해가며 연착륙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취재후기] 로스쿨 ‘냉가슴’, 그 악몽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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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법조계 안팎에서 적이 많다. 심지어 ‘고사(枯死)’되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고민은 밖의 따가운 시선만이 아니다. 내부에서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로스쿨 존재이유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특성화는 말 뿐인 구호가 됐다. 각 분야에서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겠다는 당초 취지도 흔들린다. 나이 어린 특정 대학 출신이 합격자의 주축을 이룬다. 30세가 넘으면 서울권 로스쿨 입학은 힘들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사법고시 출신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2014년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법학 전공은 53%로 전년도 40%보다 13%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졸업을 어렵게 만들어 변호사시험 합격이 불투명한 이들은 아예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한다. 한 번 걸러내고 변호사시험을 치르니 합격률은 올릴 수 있다. 내실을 다지고 실력을 길러 합격률을 높여야 하는데 ‘통계 눈속임’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정말 심각한 부분은 로스쿨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문제의 본질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있다. 로스쿨 설립 때부터 우려했던 상황, ‘악몽의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이 돼 버렸다.

2014년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67.6%로 조사됐다. 응시생 3명 중 1명은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다.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75.2%에 비해 7.6%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87%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의 75%(1500명) 수준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뽑겠다는 방침은 2015년도에도 유지할 계획이다.

해마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이들이 변호사시험을 치른다. 여기에 전년도, 전전년도에 졸업했지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도 응시자에 추가된다. 로스쿨 졸업생은 최대 5년까지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다. 시험인원은 점점 누적되고, 합격률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2018년에 35.2%까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어렵게 로스쿨에 입학해서 졸업까지 억대의 돈을 썼는데도 결국 변호사가 되지 못한다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마음고생은 어떻겠는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관한 비관적 전망은 로스쿨 학생들이 더 잘 안다.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나오는 과목 위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인권 변호사’가 되겠다고 로스쿨에 입학해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성화 과목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는 없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학생들의 특성화 교육을 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했지만 변호사시험에만 집중한다”면서 “특성화 과목의 폐강이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미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통과를 위한 입시학원처럼 변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로스쿨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도 개선을 위한 여론의 동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로스쿨이 설립 취지를 실천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원인은 무엇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로스쿨이 ‘악몽’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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