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독막로 공단 6층 중회의실에서 제1차 임시 이사회를 열고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안'(이하 담배소송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의 과반수가 담배소송안에 찬성함에 따라 공단은 언제든지 담배소송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담배 소송의 대상과 규모, 제소 시기는 모두 김종대 이사장에게 위임됐다. 공단은 이를 위해 흡연과 각종 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주는 공단의 빅데이터,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흡연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인 암예방연구자료를 연계해 소송 규모를 검토 중이다.
공단은 빠른 시일 내 소송 규모를 산출하고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한 뒤 바로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빠르면 2월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의 진료비 가운데 공단 부담금을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2010년도분으로 한정해도 이들 질환에 대한 소송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당초 '1차 소송' 규모가 600억원대로 알려졌으나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소송 과정, 흡연연구의 진전, 사회적 여론, 외국의 사례, 국회 입법 등을 고려하면 소송 규모가 수조원대로 이를 수 있다.
안선영 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소송 규모가 확정되고 대리인단이 구성되면 지체 없이 소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담배회사의 위법성과 담배의 결함을 입증하기 쉽지 않겠지만, 해외 사례와 내부 고발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단은 지난해 초부터 9차례에 걸쳐 흡연 폐해 연구결과, 국내외 담배소송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살펴봤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흡연으로 인해 연간 1조7000억원의 건보재정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흡연과 관련된 35개 질환에서 '불필요하게' 지출된 금액이자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의 3.7%(2011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0일에는 '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산하에 '흡연피해구제추진단'까지 꾸리는 등 담배소송의 면밀히 준비해왔다.
공단 관계자는 "소송 수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담배사업자 수익금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 손해 및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담배소송법'의 입법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 증진과 재정누수방지를 위한 보험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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