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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못 믿는 세상…대출 연체 급증에 은행들 리스크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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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 A목사는 최근 교회 증축을 위해 거래은행을 찾았다가 과거와는 달라진 현실을 실감해야 했다. 담당직원으로부터 신규 대출이 어렵겠다는 얘기를 들은 것. 과거에는 신자 수, 헌금 규모 등을 바탕으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최근 교회의 연체율이 높아진 탓에 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교회대출'을 취급하는 국내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교회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3%에서 지난 9월 말 2.88%로 10배 이상 치솟았다. 수협은행이 돈을 빌려준 충성교회(경기도 판교 소재)에 대한 대출금 281억원이 부실화된 탓이다. 이 같은 연체율은 수협 전체 원화 대출금 평균 연체율 1.78%를 웃도는 수치다. 수협은행의 교회대출은 약 1조5700억원 규모로 국내은행 전체 교회대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교회대출은 9월 말 기준으로 수협은행이 가장 많고 이어 농협은행(6800억원), 신한은행(5700억원), 우리은행(4800억원) 순이다.
교회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들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은 교회들의 경영상황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 수협은행에서만 충성교회를 비롯해 5개 교회의 연체가 새롭게 발생했다. 과거 교회들은 일정수의 신도만 확보하면 헌금 등이 풍부해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었으나 요즘엔 신도 수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일부 교회들의 경우 무리한 교회 신축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대출은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행 상품으로 도입됐다. 특히 교회 신축ㆍ증축이 잦은 개신교 계열의 교회들이 주요 대출처였다. 은행들은 교회의 신자 수, 헌금 규모 등을 보고 상환 능력을 판단한 뒤 교회 건축비용을 빌려줬다. 매주 현금이 들어오는 교회는 부실이 없는 안정적인 대출 대상으로 여겨져 국내은행 전체 교회대출은 올해 6월 기준 4조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들도 교회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상당액의 교회대출이 부실화된 수협은행은 교회대출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거액 대출을 제한하는 한편 신용등급을 정하는 기준을 다시 손보고 있다"며 "연체 요인이 되는 교회 내부 갈등이 있는지 여부 등도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도 통상적으로 들어오는 경상금에 변동비율을 곱한 수치가 상환하는 이자의 1.5배가 될 경우만 대출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단순 외양 확대식의 대출 영업은 지양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타행 대환 취급을 중단했으며 교회의 재정 상태와 향후 차입금 상환계획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교회는 신도 수 감소, 교회 수 증가, 헌금 감소의 3중고를 겪고 있으며 향후 종교인 과세 등이 시행되면 리스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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