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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의 同樂… 노벨경제학상 파머·핸슨·실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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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건 깜짝뉴스다" "믿을 수 없단 말 외엔 수상 소감을 표현할 길이 없다" 경제의 미래를 내다봤던 석학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가까운 미래의 자산 가격은 예측했지만, 정작 본인들의 수상은 벼락처럼 찾아온 영광이라고 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주인공은 미국 시카고대의 유진 파머(74)·라스 피터 핸슨(61) 교수와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67).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자산 가격의 경험적 연구에 기여한 세 학자를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세 학자의 조합은 신선하다. 이들이 노장 파머 교수의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두고 창과 방패로 맞서온 까닭이다. 노벨위원회는 핸슨과 실러 두 교수가 파머 교수의 가설을 발전적으로 비판해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파머 교수는 시카고학파의 전성기를 이끈 노학자다. 2007년부터 유력한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돼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현대 금융이론의 초석이 된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세웠다. 지난 1960년대에 "시장이 모든 정보를 주식이나 채권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때문에 가격 예측은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니 결국 주식 투자로 시장 평균치를 웃도는 수익을 얻긴 어렵다는 게 파머 교수의 생각이었다.
공동 수상자인 실러 교수는 파머 교수의 효율적 시장가설을 비판했다. 자산시장 분석의 대가로 이름난 그는 1980년대 기업의 배당 기록과 주가 흐름을 분석해 주가의 등락폭이 배당 실적보다 훨씬 크다는 결론을 냈다. 파머 교수의 가설이 맞다면 주가 등락폭과 배당 실적이 비슷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흐름이 달랐다는 얘기다.

함께 노벨상을 받게된 핸슨 교수도 파머 교수의 가설을 검증하는 모델을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그는 계량경제학 모델인 '일반화 적률계산 방법론(GMM)'을 통해 금융과 실물경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기여했다. GMM은 노동 경제학과 국제 금융, 거시경제 등 경제학 전반에서 널리 이용된다.

이렇게 파머 교수의 가설은 학계의 오랜 연구대상이었다. 그의 가설을 비판했던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버넌 스미스 조지메이슨대 교수 역시 2002년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노벨상 텃밭'을 일군 파머 교수의 소감은 담담했다. 노학자는 "(그동안)시장의 위험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시장에서 자산의 가격은 정확하게 책정되는지, 또 미래의 기대 수익과 위험의 관계는 어떤지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면서 오랜 연구의 과정을 회고했다.

세 명의 수상자 가운데 가장 젊은 핸슨 교수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애완견을 산책시킨 다음 아침을 먹고 난 뒤 운동하러 가다 전화로 소식을 들었다"면서 "기분 좋은 깜짝뉴스였다"고 말했다. 핸슨 교수는 "각종 정보에 반응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자산시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연구해왔다"면서 시카고대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경제 예측 전문가 실러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종종 수상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했지만 워낙 훌륭한 동료들이 많아 흘려들었다"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는 말로 얼떨떨한 기분을 표현했다. 현지 언론들은 "경제의 미래를 예측했던 실러 교수가 정작 자신 앞의 영광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의 수상 소감을 흥미롭게 다뤘다.

한편 세 명의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두 명이 시카고대에서 배출되면서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시카고학파는 다시 한 번 학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게 됐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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