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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공의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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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날개를 본 적이 있다.//당신 생각만 해도 어둑해지던 강가/당신 생각으로 굳어져버린 돌 하나 다듬어서 물수제비 뜰 때/떠오를 듯 가라앉을 듯 더 멀리 보내지 못한 채 멎은/자리.//미련처럼 가라앉아버린 그 자리에서/온통 당신 스치고 간 흔적밖에 없다고/둥근 날개 펴고 다시 내게로 돌아와 손등을 적시는/파문.//돌의 날개로 젖은 손등 말려본 적이 있다

■ 강가에서 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뜰 때면, 이상하게 멀리 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납작하여 수면을 차고 날아가기 좋은 돌을 골라, 있는 힘껏 던져 보낸다. 한 번 뜨고 두 번 뜨고 세 번 뜨고 네 번 뜨고 다섯 번 뜨고, 스스로 힘이 생겨 강을 건너갈 만큼 뜨고 또 뜨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설령 그 돌이 강을 건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을 텐데도, 그런 기적을 괜히 꿈꾼다. 돌이 닿는 곳에 일어나는 파도가 돌의 날개를 닮았음을 시인은 눈치챈다. 그 날개의 힘으로 부력을 얻어 다시 뛰는 돌을 본다. 당신 생각이란 내 안에 뭉쳐진 하나의 돌이며, 그것을 저 강 끝으로 보내는 뜻은 그리움이 내닫는 탄력 같은 것이다. '튕 튕 튕' 날아가다 이윽고 멈춘 자리에 힘없이 가라앉는 저 돌의 종착지는, 당신에게 닿지 못한 내 사랑의 물거품이 부글거린 자리이다. 돌은 날아가 죽었지만, 돌이 남긴 파문은 가던 길의 역순으로 물수제비 뜨며 돌아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등으로 귀환한다. 젖은 손등을 말리는 물수제비의 날개에 당신에게로 도달하지 못한 마음이 묻어 있다. 사랑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나를 다시 만나는 여기에, 파문의 끝이 되어 일렁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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