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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토리 인물史]당태종 이세민, 통합과 섬김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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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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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태종 이세민(598~649)은 고조 이연의 차남으로서 아버지를 도와 당 왕조를 세우고 대당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군주이다. 정관정요의 저자 오긍은 "오로지 태종만이 문무를 모두 겸비한 황제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만큼 훌륭한 군주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이 태종을 위대한 정치 지도자로 만들었을까. 통합과 섬김의 리더십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고조는 618년 당 건국 직후 장남 이건성을 태자로 이세민을 진왕으로 봉하였다. 이세민은 왕세충과 두건덕 세력을 격파하여 천하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그의 업적이 너무도 뛰어났기에 태자는 동생 이원길과 함께 이세민을 제거하려 하였으니 현무문의 비극(626)이 그것이다. 그는 세자와 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로부터 제위를 물려받아 2대 황제로 즉위하고 연호를 정관으로 바꾸어 위대한 정관(貞觀)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현무문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후세 사가는 그에 대한 평가에 인색지 않았다. 왜냐하면 태종은 끊임없이 현무문의 비극을 반성하고 바른 정치, 위민 정치로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였기 때문이다.
태종은 골육상쟁의 아픔을 치유하고 취약한 당 왕조의 반석을 굳건히 하기 위해 포용과 섬김의 마음가짐으로 겸허히 국정에 임하였다. 그는 가족 같은 군신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였다. 예로서 신하를 대하고 신하들 역시 조정과 황제를 위해 충성하는 아름다운 군신관계를 구현하였다. 방현령, 두여회, 왕규로 대표하는 문신집단, 장손무기, 이적, 이정의 무신세력, 위징, 장현소, 온언박과 같은 간관이 서로 협심하고 경쟁토록 함으로써 거대한 인재대국을 건설했다. 특히 방현령, 두여회, 위징 등 뛰어난 재상을 발탁하고 커다란 국정운영의 권한을 줌으로써 모범적인 황제와 재상의 관계를 정립하였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야 충신을 알 수 있다"는 태종의 말이 그가 추구하는 재상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방현령이 입안하고 두여회가 집행한다는 방모두단(房謀杜斷)의 고사성어가 시사하듯이 정관시대는 재상이 자신의 경륜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태평시대였다.

그는 자신의 반대세력을 과감히 포용하여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였다. 형 이건성의 참모였던 위징을 간의대부로 발탁했다. 수나라 귀족세력이나 천하통일 과정에서 귀순한 세력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어 화합과 포용의 정치문화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말을 들으면 밝아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둡게 된다"는 위징의 직언을 과감히 수용하여 국사 앞에서는 군주와 신하 상하 구분 없이 치열하게 논박하는 조정을 만들었다. 소위 군신일체론(君臣一體論)의 구현이다.

그는 역사의식을 위대한 지도자의 조건으로 인식하여 나라의 장래에 대해, 국민의 곤궁한 삶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대비하는 우환의식(憂患意識)의 지도자였다. 중국 정사 24사 중 8사가 정관치세에 만들어진 것에서 그가 얼마나 역사에 대해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수나라 멸망의 교훈을 늘 가슴에 새겼다.
그는 백성을 국가경영의 근본으로 생각하고 위민정책으로 일관하였다. 정관 후반 식량이 넘쳐 나고 길거리에 물건이 떨어져도 아무도 몰래 가져가지 않는다는 태평시대를 구현하였다. 명목적인 국가부흥보다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만인의 천하'라는 겸허한 자세로 늘 국민을 배불리 하고 편안케 하려는 애민의 자세를 견지하였다.

태종도 재위 후반에 접어들자 여러 가지 정치적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관 10년 장손황후가 세상을 떠난 후 내정의 공백이 발생했고 17년 폐세자 사건으로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무리한 서역정벌의 후유증과 함께 2차례의 고구려 원정 실패는 그의 말년을 어둡게 했다. 그러나 패도정치를 왕도정치로 바꾸어 찬란한 정관시대를 이끈 그의 업적과 리더십은 한마디로 공대어과(功大於過)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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