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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전에 샀다, 팔았다···수백만달러 '0.5초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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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딜링룸, 피말리는 돈 전쟁 24시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18일 오전 8시 50분 명동 외환은행 본점 2층에 위치한 딜링 룸.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엔 네 개의 둥근 시계가 보인다. 각각 서울, 뉴욕, 런던, 홍콩의 현지시각에 맞춰져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딜링룸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사무실 벽면을 가득 메운 화면에서는 세계경제 뉴스, 환율 차트가 실시간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환은행 딜링 룸에는 6명씩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모두 7줄로 배열돼있다. 각 줄에는 같은 팀의 딜러들끼리 앉는다. 딜링룸엔 트레이딩부, 외환파생상품영업실, 증권운용실, 종금영업실로 총 4개의 팀,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딜러 앞엔 많게는 10개의 모니터가 있다. 각각의 모니터엔 환율이나 뉴스를 표시하는 창이 복잡하게 떠 있다. 딜러들은 수십가지 정보를 한번에 파악해, 매수냐 매도냐를 결정해야 한다. 개장시간이 다가오면서 주문 단말기에 연결된 헤드폰을 끼고 있는 딜러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배어난다.

오전 9시 정각. 이날의 원ㆍ달러 환율 개장가는 전일 대비 2.6원 하락한 1055.5원. 모니터엔 환율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어디선가 "3개 보트"라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5.5"라는 외침,그리고 빠른 눈짓 신호가 오간다. 주문을 받는 딜러와 주문을 처리하는 인터뱅크(inter-bank) 딜러 사이의 소통방식이다.
'3개 보트(bought)'란 '300만달러(1개=100만달러)의 '팔자'주문이 나왔다는 의미. '5.5'는 1055.5원에 거래할 수 있다는 인터뱅크의 답변이다. 반대로 '사자' 주문이 나오면 '솔드(sold)'라고 외친다. 제시된 환율에 외환 거래가 최종 체결되면 '던(done)'이다. 딜러들의 이같은 소통방식은 전화나 메신저에 비해 이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주문을 받아서 체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5초 정도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딜러들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도 점점 커진다.

"5개 보트", "4.7", "던", "3개 솔드", "6.1", "던"

주문을 처리하는 딜러들의 '매도' 버튼 한번에 100만 달러 단위의 거래가 왔다갔다 한다.

외환 딜러는 한 명당 하루에 보통 수천만원~수억원의 수익을 거둔다. 물론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중 손절매(stop loss)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초과하면 거래가 정지된다. 일종의 페널티인 셈이다. 개별 딜러들에겐 월중, 연중 손절매 한도도 정해져 있다. 손해를 반복해서 내는 딜러는 딜링 룸에서 퇴출된다.

외환은행 딜러들은 사내 공모제를 통해 선발된다. 외환은행은 자체적으로 4개월과정의 '딜링 스쿨'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한 이들 가운데 적성에 맞으면 전문 딜러로 육성된다.

10년차 외환딜러인 이건희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자기관리만 잘 하면 의외로 딜러들의 수명은 길다"고 말했다. 자기관리엔 체력관리는 물론 정신력 관리가 포함된다. 손절매 한도와 포지션 한도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과장은 딜링 룸에서 가장 긴박했던 순간으로 2005년 당시 위안화가 절상됐던 순간을 꼽았다. 딜링룸 전 직원들을 긴급 호출해 모든 딜러들이 밤 11시에 뛰어들어와 거래했다고 한다.

이 과장은 요즘같이 변동성이 작은 장은 오히려 대처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하루에 올려야 하는 이익이 정해져 있는 만큼 환율의 변동성이 작을 때는 거래단위를 크게 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고 밝혔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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