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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제국'이 암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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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8년 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주변의 전략가들은 푸틴의 대외 이미지 개선에 주력했다. 외국 대학의 학자들과 러시아 전문 언론인 등을 초청해 러시아 측 파트너와 함께 세미나를 열도록 했다. 이후 이들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만찬을 했다.

'발다이 클럽(Valdai Discussion Club)'이라고 불리는 이 모임은 연례화됐고, 얼마간은 논란거리였다. 당시 푸틴 비평가들은 발다이 클럽 참석 외국인들에게 클렘린(Kremlin, 중세 러시아 궁전)의 선전 수단으로써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하지만 발다이 초기 수년간 러시아는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이 급증했고,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모스크바는 ‘브릭스(BRICS)’ 대열에 합류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지위를 누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푸틴과 함께하는 절망적인 만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러시아가 경제 발전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우선 타임스는 현재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최고점 보다 절반으로 하락했고, 러시아 지식층이 푸틴에게 실망하고 있다며 발다이 클럽도 절망스러운 포럼이 됐다고 소개.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3주 앞두고 열린 발다이 모임의 분위기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푸틴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을 결정함에 따라 반푸틴 시위 조짐이 나타난 탓이다. 올해는 러시아의 경제 발전이 주제인 만큼 정치는 회피했지만, 절망적인 분위기는 간신히(scarcely) 줄어 들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위기 이전 러시아의 성장 모델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데로 소진됐다”며 “석유값은 많이 오르지 않을 것 같고,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정점을 찍었다. 소비자 지출도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는 내부적으로나 해외에서 투자가 필요하지만, 열악한 사업 환경 탓이 그 마저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러시아의 미래는 암울한 것으로 전망됐다. 발다이 클럽에서 제시된 전문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까지 러시아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사업 환경이 개선된다는 가정 아래 평균 3.1%로 기록될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값이 원만할 경우에는 2.1% 성장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같은 기간 글로벌 경제는 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타임스는 또 빈곤한 러시아의 사업 환경이 연간 수십억 달러를 공중에 날려보낸다고 지적했다. 기회 부족과 꽉 막힌 정치가 국가의 엘리트들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발다이 클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평균 이상 소득인 러시아인의 68%가 자녀를 해외로 보내길 원했다. 37%는 러시아 밖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오늘 날 러시아의 경제학자들의 구호는 “석유와 돈과 사람을 수출하자”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척박한 경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법을 강화하고 자산 권리를 보호하며, 부패와 싸우는 계획을 짜는 대신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최근 러시아의 최대 국영회사 로스네프트가 영국의 석유회사 BP의 러시아 법인인 TNK-BP를 55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단적인 사례로 꼽았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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