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 최치원의 '가야산 독서당에 부침'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겹겹 바위 미친 듯 내뿜고 첩첩 산이 부르짖으니/사람의 말은 코앞에서도 못 알아듣겠네/옳다 그르다 소리, 귀에 들어오는 것을 늘 두려워했더니/흐르는 물이 방법을 알려주는구나 산을 온통 둘러싸고

狂噴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최치원의 '가야산 독서당에 부침'


■ 가야산에 작심하고 책을 읽으러 들어와 방에 앉았다. 마침 비가 자주 오는 시절이라 물소리가 우렁차기 이를 데 없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앉아있어도 귓소리가 먹먹하다. 누가 와서 말을 건네는데 손나팔을 하고 들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최치원은 문득, 내가 평생 사람들 싸우는 소리 듣기 싫어했더니, 저 산과 바위와 물이 내게 노하우를 가르쳐주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귀앞에도 저 물소리를 달아놓으면 부질없는 시비 따윈 귀에 도착할 틈이 없지 않는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그의 심경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시비소리를 물소리처럼 들어낼 수 있는 내면의 평정심을 기르는 공부로는 그 독서당이 최고교실 아니겠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엔비디아 테스트' 실패설에 즉각 대응한 삼성전자(종합) 기준금리 11연속 동결…이창용 "인하시점 불확실성 더 커져"(종합2보) 韓, AI 안전연구소 연내 출범…정부·민간·학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국내이슈

  • 비트코인 이어 이더리움도…美증권위, 현물 ETF 승인 '금리인하 지연' 시사한 FOMC 회의록…"일부는 인상 거론"(종합) "출근길에 수시로 주물럭…모르고 만졌다가 기침서 피 나와" 中 장난감 유해 물질 논란

    #해외이슈

  • [포토] 고개 숙이는 가수 김호중 [아경포토] 이용객 가장 많은 서울 지하철역은? [포토] '단오, 단 하나가 되다'

    #포토PICK

  •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KG모빌리티, 전기·LPG 등 택시 모델 3종 출시 "앱으로 원격제어"…2025년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美 반대에도…‘글로벌 부유세’ 논의 급물살 [뉴스속 용어]서울 시내에 속속 설치되는 'DTM' [뉴스속 용어]"가짜뉴스 막아라"…'AI 워터마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