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김부용의 '연천노인을 곡함(哭淵泉老爺)'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도대체 인연이 아니었던가 이 오랜 인연 都是非緣是夙緣/그 인연 어찌 죽기 전 좇아가지 못했나 旣緣何不?衰前/꿈에서 꿈 얘길 하니 진짜는 어디 있나 夢猶說夢眞安在/삶에도 삶이 없으니 죽음 또한 필시 그렇겠지 生亦無生死固然//(......)누가 알겠는가 기생 하나 방안에서 눈물 짓는 걸 誰知燕子樓中淚/뜨락의 꽃 두루 적시니 철쭉(두견화) 되어 피는 걸 ?遍庭花作杜鵑

■ 연천은 기생 운초(雲楚) 김부용이 사랑을 맺어 시집 간, 김이양 대감의 호이다. 그가 먼저 돌아간 뒤 쓴 시이다. "정녕 인연이 아니었던가 오래된 이 인연이?" 이렇게 묻는 운초의 마음끝에 서보라. 저 분 눈감기 전에 우리 인연을 어찌 좇아가 함께 죽지 못하였던가. 꿈을 꾸는데 꿈 속에서 그가 내게 죽는 꿈을 꾸었다고 말하니, 그는 죽었는가 살았는가. 그 얘길 들은 나는 살았는가 죽었는가. 연자무(제비춤)는 기생이 기본으로 추는 칼춤이다. 그 사람 한 사람만을 위해 평생 칼춤을 추는 기생이고자 하였던 운초였다. 문득 붉은 철쭉이 피처럼 돋으니, 내 사랑이 이런 줄 아시오. 산 사랑과 죽은 사랑이 꿈 속의 꿈 속에 부여안으니 이대로 가만히 천년쯤 당신에게로 허물어져 빛인듯 먼지인듯 머물고자 할 뿐이니.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