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이빈섬의 '겨울 천리길 떠나는 홍낭에게'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나는 두렵지 않소. 세상이 아무리 뜯어말려도 나는 갈 것이오.(......)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소. 천리길이 멀다 하나 십리를 가면 구백구십리요, 그리운 사람과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니 여기 앉아 죽는 것보다 백배천배 낫소. 짐승들이 내 살을 찢어도 웃으며 죽을 것이며 짐승같은 사람들이 내 심장에 칼을 꽂아도 고맙게 죽을 것이오. 나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영원히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오. 가지못해도 간 것과 다름없고 가지못해도 다시 갈 것이오. 세상에 목숨으로 태어나 오직 하나 내 목숨의 의미가 된 사람, 그를 위해 가는 길이니 다른 것은 모두 우습고 하찮은 것이오. 오랑캐가 무섭다 하나 별들이 나를 데려갈 것이오. 내 심장 속에 벌떡이는 이 그리운 생각이 오직 고죽어른이 계신 곳을 알고 있을 것이오. 내가 두려운 것은 얼어죽고 자빠져죽고 먹잇감이 되어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지 못하고 이대로 죽는 것이오.(......)

■ 홍낭은 조선의 기생으로, 거울성에서 여진족과 싸우는 북도평사 최경창을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눈보라치는 겨울에 홀몸으로 국경 지역을 향해 떠난다. 떠나는 날, 홍낭의 말을 스토리시(詩)로 썼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