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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사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믿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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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자정선언은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노환규 의협회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의 진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그러자 노 회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대파의 술책일 뿐, 난 내 길을 간다"고 적었다.

같은 날 의사협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국민 건강을 훼손하는 '의료악법'들을 폐기하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말하는 '악법'들은 다음과 같다. 성범죄 의사는 형량과 무관하게 10년간 면허를 박탈하도록 한 '도가니법', 환자의 권리ㆍ의무가 적힌 게시물을 병원에 달도록 하는 '액자법', 응급실 당직의를 전문의로 제한하는 '응당법', 간단한 질병은 진료비를 정액제로 받게 하는 '포괄수가제'.
이 제도들이 갖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의사들의 자율성과 자존심 그리고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국민을 위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사실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다"는 뜻이다. 조금 더 솔직한 표현으로는 "의사가 대우를 잘 받아야 환자에게도 좋다"에 가깝다. 왜곡된 의료는 저수가에서 기인하니, 수가를 정상화 시키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노 회장의 말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의사들의 주장에 공익을 위하는 '측면'이 있다는 걸 안다. 의사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건, 의사들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이 훼손될 때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으로 하여금 의사를 존경할 만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 '직업군'의 하나로 인식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기자는 5명의 의사협회장을 만났다. 노 회장 못지않은 싸움꾼이었던 그들도 항상 "국민을 위해 이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이런 것도 해보라"고 하면 이렇게 답한다. "회원 정서가 그렇지 않아요",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죠."
전문가에 대한 신뢰는 그들이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지만 정의로운 일에 몸을 던질 때 조금씩 싹튼다. 그저 제도에 반대할 명분으로 국민을 이용하는 건 아무리 논리가 그럴싸해도 대번 속셈이 드러난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던 노 회장의 자정선언이 사실 '면피용 전략'이었음을 확인하는 건 그래서 좌절감을 안겨준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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