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회장은 똑똑해진 소비자와 비어가는 건강보험 곳간, 그리고 전교 1등의 보상심리라는 세 축의 중심에 서 있다. 3자 갈등이 폭발 직전이란 조건은 의사들로 하여금 노환규라는 독특한 인물을 수장으로 선택한 결과로 나타났다.
특정 집단이 사회에 불만이나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면 해결해주는 게 맞다. 노 회장이 생각하는 의사의 적정 연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소비자와 정부 그리고 당사자인 의사들이 밀고 당겨 다시 정하면 된다.
그렇게 도출된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쉽지만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 사회적으로 맞는 행동이다. 의과 대학생 때 기대했던 연봉을 사회가 꼭 보장해줄 필요는 없다. 다른 모든 직업들도 그렇다.
예전 의협회장들은 의사를 국회에 보내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여의치 않자 노 회장은 "논리적으로 떼쓰기" 전략을 구사하는 듯하다. 이는 '말로 안 되면 주먹'이라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醫師)라는 두 글자 속에는 노 회장이 인정하지 못하는 많은 사회적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 청년 노환규도 그 뉘앙스에 매료돼 의과대학을 선택했을 것이라 믿는다.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이상, 그것은 영원히 부정될 수 없다. 의사는 직업인임과 동시에 의사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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