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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비자금 책임 떠넘기기 人事? '오리온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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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회장,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이사 돌연 해임?

경영진 책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주문 거부 문책성 의견
檢, 조 前 사장 조사 마무리되면 담 회장 부부 소환조사 검토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지난 25일 오전 9시 강원기 오리온 대표이사 등 오리온 임원 4명이 스포츠토토 박대호 대표 집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오리온 그룹 담철곤 회장의 뜻이 담긴 문서를 읽고 전달했다.
이 문서에는 '대주주로서 여러분께 결정사항을 통보합니다. 25일부로 대표이사 박대호의 직위 해제 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후로 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법적 조치가 완결될 때까지 정선영 이사가 박대호 대표의 권한을 대행할 것입니다. 또한 회사가 안정을 회복할 때까지 심용섭 사장을 고문을 위촉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룹비자금 책임 떠넘기기 人事? '오리온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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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회장의 이 같은 의중은 최근 스포츠토토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스포츠토토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스포츠토토 회사자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책임을 현 사장에게 물은 것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직위 해제는 대주주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는 상법을 무시한 횡포나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문제가 발생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회사 내부에서도 박 대표의 직위해제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그룹 전략담당 전 대표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현 대표에게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회사측이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박 대표가 담 회장의 주문을 거부한 것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리온은 지난 3월30일 열린 스포츠토토 이사회에서 단독대표 체제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키로 했으나 박 대표 쪽에서 반대의견을 냈다. 표결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대표가 '담 회장 체면도 있으니 재검토 의견을 내는 선으로 하자'고 이사진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이 지시한 각자 대표체제 전환이 박 대표의 반대의견으로 무산되자 담 회장이 직위해제를 밀어붙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검찰 수사 사안과 관련해 스포츠토토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해임을 결정한 것이다. 다음달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주식의 66.7%를 보유하고 있다.

담 회장이 갑자기 경영진 책임론을 내세워 박 대표를 직위해제한 것은 검찰의 수사가 자신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심재돈)는 회삿돈 96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된 스포츠토토 전 재경팀 부장 김모 씨로부터 조성한 비자금 96억원 가운데 40억원이 담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의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이 고급 와인과 롤렉스, 카르티에 같은 명품 시계를 구입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비자금 중 23억원 가량을 스포츠토토 사업권 유지를 위한 로비자금 및 비공식 접대비로 사용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 씨는 오리온그룹 재경부장과 스포츠토토 사업계획국 사업권연장 부서 등에서 근무해 왔다. 검찰은 스포츠토토 비자금 조성과 관리를 조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조 전 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비자금 일부를 조 전 사장이 썼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조 전 사장은 형이 운영하는 I사 등에 스포츠토토 용지 등 용품 공급 계약을 허위 및 과다 발주하면서 그 대가로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또 회사 자금으로 형의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까지 납부해 준 사실도 드러났다. 조 전 사장의 형은 최근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선불폰을 나눠줘 쓰게 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조직적인 예행연습도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 전 사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담 회장 부부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담 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법인 자금으로 구입해 자택에 설치하는 등 3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사장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오리온그룹의 비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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