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캐스팅, 한류 스타 얘기가 아니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들 얘기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만든 온라인 경영 강의를 중국에서 방영하려고 논의하는 중에 나온 중국 기업 측의 요구다. 말인즉슨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했을 때 시청자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위상은 기업이 가장 먼저 느낀다. 원래 수출을 하려면 현지화가 기본이다. 그 나라의 문화나 분위기에 맞춰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친정 국가가 위상이 낮은 경우 국적을 가리기 위한 노력이 많았다. 디지털 세트톱박스 전문업체인 휴맥스가 90년대 중반 유럽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들이 아일랜드 현지에 공장을 지은 이유 중 하나도 'Made in England'를 찍기 위해서였다. 십여년 전만 해도 미국인은 삼성 TV를 사면서도 삼성이 어느 나라 회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러 한국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삼성이 미국 회사라고 아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니 지금 들어도 서글픈 얘기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밀폐용기 전문회사인 락앤락은 현지에 공장이 있음에도 중국 내수용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Made in Korea'를 위해서다. 상하이에서 락앤락 브랜드는 샤넬에 버금갈 정도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한국 패션회사인 EXR이 중국에서 나이키를 제치고 1등 브랜드가 된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한국 디자인과 한국 원단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것.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인 한국콜마도 중국 브랜드와 손잡을 때 한국 여성이 쓰는 화장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인처럼 꾸미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될 듯하다. 겸손하기만 한 것이 미덕인 시대도 지났다. 자기 PR, 자기 홍보의 시대다. 지금은 소비재와 문화가 한류의 주역이지만 본격적인 소프트파워는 지식에서 나온다. 한국의 학문, 지식을 전파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국으로 유학 간 한국인이 많았다면 이제는 한국에 유학 오는 외국인을 늘려야 한다. 세계인이 한국의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으로 불러오는 데 한계가 있다면 한국의 지식이 세계로 나가면 된다. 대학과 학원, 교육회사들이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이제 한국의 지식 산업이 선두에 설 차례다.
조미나 세계경영연구원(IGM)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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