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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없어도 9억 아파트 있으면 양육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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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이혼가정의 양육비 기준 마련을 위한 '시민배심법정' 열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이혼가정의 양육비 산정 기준에 대해 시민 배심원들은 “소득이 없어도 재산이 있으면 양육비를 내야한다”고 평결했다. 또 “사교육비 역시 적정 수준에서 양육비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김용헌)은 9일 시민배심원을 대상으로 실제 재판처럼 양육비 기준 제정을 위한 핵심 쟁점에 대해 평결을 거치는 시민배심법정을 열었다. 형사사건의 국민참여재판 형식을 빌린 시민배심법정은 10명의 시민배심원이 양육비 기준 제정을 둘러싼 세 가지 쟁점에 관해 현직 판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평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핵심 쟁점과 관련한 세 가지 사례는 ▲소득이 없는 부모에게 양육비를 부담시킬지 여부 ▲소득 없이 재산만 있는 경우 양육비를 부담시킬지 여부 ▲양육비에 사교육비를 포함시킬지 여부 등으로 나눠졌다.

첫째 사례는 자녀 셋을 둔 이혼 부부로 양육권을 가진 남편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자 아내를 상대로 자녀마다 매달 5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경우다. 남편은 “3000만원의 빚이 있고, 거주지의 임대료도 11개월이나 밀렸으며 자녀들의 수업료 250만원도 납입하지 못한 상태”라며 양육비 지급을 요구했고, 아내는 “현재 양육비를 지급할 아무런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다”며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배심원단은 이에 대해 “소득이 없는 부모라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양육비 통계표를 적용해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며 “자녀들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첫째 자녀에게는 월 40만원, 둘째, 셋째 자녀에게는 월 30만원씩 총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둘째 사례는 자녀 둘을 둔 이혼부부로 양육권을 가진 아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시세 9억5000만원의 20평대 아파트를 물려받은 남편에게 매달 양육비로 자녀마다 70만원씩 지급하라고 요구한 경우다. 아내는 “비록 남편이 현재 직장에 다니지 않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9억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편은 “별거를 시작한 이후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아무런 수입이 없어 양육비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사례에 대해 시민배심원단은 “소득이 없더라도 재산이 있기 때문에 두 자녀에게 각 7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자녀당 각 7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셋째 사례는 필리핀 국제학교로 유학 간 두 자녀를 둔 이혼부부로 양육권을 가진 아내가 “자녀마다 월 200만원의 양육비가 지출되고 있다”며 남편을 상대로 “양육비로 4억원을 일시금으로 달라”고 요구한 경우다. 아내는 “남편이 과거 생활비로 월 500만원 이상을 주었으므로, 월 400만원 정도를 양육비로 사용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라며 양육비를 요구했고, 남편은 “현재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교육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이미 자녀들의 양육비를 대신해 시가 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주었으므로 더 이상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배심원단은 셋째 사례에 대해 “양육비가 자녀당 200만원씩 소요되는데 이혼한 아버지가 전부 부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양육비로는 자녀당 100만원씩 인정된다”고 평결했다.

시민배심원단의 평결은 서울가정법원에서 다음달 발표할 '양육비 지급 기준'을 마련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날 시민배심법정을 진행한 배인구 부장판사는 “양육비 산정 기준 마련에 있어서 판사들만의 의견보다 당사자인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배 부장판사는 “다음달 ‘양육비 지급에 관한 해설서' 소책자를 출판할 계획”이라며 “기본적인 양육비산정기준표의경우, 서울가정법원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민배심원단으로 참가한 고은영(40)씨는 “개인적으로 이혼한 경험이 있어서 평소 양육비 산정에 관심이 많았다”며 “실제로 시민배심원이 돼보니 양육비 산정이 생각보다 어렵고, 10명의 배심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시민이 직접 양육비 기준 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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