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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필드엔 건강·우정·비즈니스 ‘하모니’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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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뒷담화 21 | 골프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

골퍼가 라운딩 중에 한번쯤은 느끼거나 겪어 보았을법한 동료들의 농담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가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농담들은 내 입장에서 들었을 때와 상대방 입장에서 듣고 느끼는 입장이 매우 달라 자기 입장에서 들으면 마음이 상하지만 옆에서 지켜볼 때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이 라운딩의 농담거리다.

특히 내기 중에 오고가는 한마디 한마디는 샷을 할 때마다 무의식 중에 신경을 쓰게 한다. 간혹 그 홀을 망치기도 하지만 라운딩 동반자나 제3자가 들었을 때는 개그콘서트을 보는 것 마냥 즐겁기까지 하다.
골퍼들이 골프를 끊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었을만한 이야기와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싶다. 먼저 필드에서 벌어지는 일.

오랜만에 필드에서 공이 잘 맞으면 함께 온 사람들은 " 뭐야! 일은 안 하고 공만 치는 것 아니야?" 라며 핀잔을 준다. 그렇다고 사방 팔방으로 헤매고 다니면 " 저 친구 운동신경 정말 없네" 라며 이래저래 속을 긁어놓는다. 잘 쳐도 태클, 못 쳐도 태클이 들어온다.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골프. 이런 말들은 골퍼입장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이야기다.

또 혹시나 남에게 피해를 줄까싶어 신중한 샷을 치려고 하면 '뜸을 오래 들인다'며 밥이 탄다고 눈치를 준다. 하지만 얄밉게도 핀잔주는 사람들이 더욱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대로 빨리 치면 '왜 그렇게 덜렁거리냐, 그러니까 공이 안 맞지’ 라거나 ‘ 공을 치는데 성의가 없다’며 이래저래 욕을 먹기도 한다. 정말 어쩌라는 것일까?
그린 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간만에 롱퍼팅이 쑤욱 들어가 흥이 나면 " 저 사람이 돈독이 올랐다" 며 대놓고 신경질을 내다가 막상 버디 퍼팅 찬스가 와서 퍼팅을 빼거나 실패하면 " 줘도 못 먹냐!" 라며 한바탕 약을 올린다. 퍼팅이 길어도 , 짧아도 욕먹는 건 매한가지다. 그러다 홀컵을 훌쩍 넘기는 퍼팅을 하면 " 얼씨구! 힘이 넘쳐나는구먼. 힘은 뒀다가 집에서나 쓰지?”라며 은근 신나는 눈치다.

그런가 하면 친구끼리의 가벼운 저녁내기에, 간만에 내가 돈이라도 딸 때면 돈 잃은 친구들은 라운딩이 끝나고 식당에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일단 시키고 보는 밉상들도 적지 않다. 결국 딴 돈보다 저녁식사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며 한숨을 쉬게 된다.

하지만 더 약이 오르는 경우는 자기가 돈을 잃으면 오늘은 운이 없다느니 게임이 안 된다느니 시끄러워서 방해가 된다느니 말도 안 되는 갖은 핑계를 대다가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샤워후 급하게 가버리는 친구들이다. 막상 집에 간 줄 알고 전화를 해 보면 집은 커녕 스크린골프장에서 또 다른 친구들과 한판 벌이고 있는 경우도 있어 할 말을 잃게 한다.

패션도 사람들의 좋은 안주거리다. 날씨가 더운 한여름에 시원해 보이도록 입은 골프 복장에는 ‘네가 무슨 10대냐?’ 며 나이값을 하라고 핀잔을 줘 은근히 기를 죽여서 다음 라운딩에 단정한 옷을 입고 나갔더니 ‘사람이 옷 입는 센스가 없다’며 패션감각이 떨어진다고 무시한다.

이처럼 골프를 치면서 상대방 기를 죽이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다. 골프를 자주 치러 다니다 보면 소홀해지는 곳이 바로 회사나 집, 그리고 가족이다. 그런데 자녀들의 성적이 떨어지면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신경을 안 써 애들이 저 모양"이라며 부인이 핀잔을 준다. 그럴 때는 '자식 성적이 떨어지는 게 정말 내 잘못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골프를 치는것일까? 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유를 몇 가지 소개하겠다. 첫째는 운동이다. 다른 스포츠처럼 뛰지 않고 나이에 관계없이 걸으면서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오랜시간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골프가 좋다고도 한다.

둘째.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날씨 좋은 날, 경치 좋은 골프장을 거닐며 4~5시간에 걸쳐 비즈니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남자들은 사우나 한번 다녀오면 형, 동생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운동 후 사우나에서 맺은 친밀감이 결국 좋은 비즈니스 관계의 지름길이라는 의견도 꽤 많다.

셋째, 가끔 TV에서 선수들이 쏟아내는 예술적인 샷, 마술 같은 멋진 샷이 자신에게 나올 때는 뿌듯함을 떠나 '나도 운동선수의 피가 끓고 있는 희열을 느껴 골프를 친다'고 한다. 넷째, 골프를 치면서 인생을 배우는 겸손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심지여 진한 동지애가 느껴져 골프가 좋다고도 한다.

다섯 째, 운동을 하면서 유일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종목이 골프라 그것이 신나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있었다. 이처럼 골프의 매력은 여러가지다. 이러한 매력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핀잔과 기죽이기 신공(?)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은 골프를 즐긴다. 순간순간 황당하고 기분은 나쁠지언정 뒤돌아보면 뿌듯하고 기쁨이 더 크기 때문에 골프를 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사람들끼리 만나고 부딪치며 정을 주고 받는 것이 진정한 골프의 매력이라는 것이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그래서일까? 필자 역시 공식 시합을 접은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필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멋지게 티샷을 날리는 꿈을 꾸곤 한다. 비위를 긁는 온갖 농담이 비처럼 쏟아져도 그저 꿋꿋하게 ‘굿샷’을 외치면서…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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